중얼중얼

호수공원의 오리

moonbeam 2016. 2. 22. 10:08


오리는 이제 호수공원의 텃새가 되었다.
공원의 구석구석에서 무리지어 새끼도 낳으며 잘도 살아간다.
하긴 고향이 뭐 별 거냐.
그냥 맘 붙이고 편안히 살면 고향이지.
그 머나먼 거리를 힘들게 날아가지 않아서 좋고
새끼들이랑 오손도손 살기엔 먹이도 제법 풍부하고...
사람들도 착해서 전혀 방해하지도 않고...
이젠 텃세도 부리면서 그냥 편안하게 살려무나...
그러나...
창공을 가르던 단단한 너의 가슴과 벅찬 날갯짓은 이미 사라지고
머나먼 곳을 바라며 빛나던 너의 눈은 희미해져 바로 앞만 보기에 급급하다.
야성은 이미 잃어버렸고
힘들게 가야 할 고난의 길이나 고향 따위는 아예 머릿속에 떠올리지도 못하는 너의 모습은
나를 또 다른 슬픔과 안타까움에 잠기게 한다.
삶에서 편안히 잘먹고 잘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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