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엘시티 사건

moonbeam 2016. 11. 24. 13:44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가 요즘 해운대엘시티(LCT) 비리사건을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 내렸죠. 엘시티 사건이 뭐기에 박근혜가 이처럼 잽싸게 활용할까요? 간단히 알아 봅시다.

   

1. 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을 아시죠. 부산의 명소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좋아하는 해수욕장입니다. 이 훌륭한 자연은 누구의 소유입니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휴식과 추억을 주며 모두의 재산입니다. 개인이나 몇몇에 소유되는 사적재가 아니라 공유재’(common good)라는 말입니다.

   

2. 따라서 해운대  백사장 주변에 고층건물을 지어 국민들이 바라보며 즐길 경관을 해치거나 가로막으면 안 됩니다. 나아가, 아파트도 지으면 안 됩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 해운대는 아파트주민들의 앞마당이 되어버려 일반 국민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며, 아파트단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수의 차량 때문에 교통이 혼잡해져 일반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3. 해운대가 이처럼 공유재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이 많은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 이미 스카이라인도 없어지고, 주거지 교통량도 엄청 증가한 상태입니다. 아파트업자들의 욕망을 부산시가 통제하지 않은 탓이죠.

   

엘시티는 그렇잖아도 망가진 해운대에 결정타를 내린 사건입니다. ‘엘시티 PFV’라는 업체에 의해 해운대 백사장 바로 코앞에 101층짜리와 85층짜리 건물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101층은 자그마치 411미터 높이에 해당하는 건물인데, 온갖 호화 위락시설과 821개의 방을 갖춘 최고급호텔이 들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높을까요? 여의도 63빌딩의 2배에 달하는 어마무시 높은 초고층 건물입니다. 엘시티 전체부지는 19,660여평(65000)로 이런 거대한 건물들이 들어서기에 땅이 그리 넓지도 않습니다.

   

85층 건물의 용도는 뭘까요? 여기에 지으면 안 되는 아파트입니다. 882세대가 살 수 있는데 339미터 높이의 이런 건물이 두 개랍니다. 이제 해운대는 이 아파트 주민들의 앞마당이 될 판입니다. 그리고 교통 혼잡은 말할 필요도 없죠. 20131028일 마침내 기공식을 열었습니다.

   

   (해운대 백사장 코 앞에 공사 중인 엘시티)

4. 문제는 이겁니다. 해운대 백사장은 공유재라 초고층건물과 아파트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백주대낮에 이게 어떻게 가능해졌냐 이겁니다. 궁금하지 않습니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업가, 이영복이라는 사람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걸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었을까요? 법을 바꾸고, 편법을 동원하여 법을 피하는 겁니다. 그럼 부산시 공무원이 그걸 가만 두겠습니까? : 묵인하는 것을 넘어 손잡고 법을 바꿔 주었습니다.

   

법을 이처럼 마음대로 바꾸면 부산지검 검찰이 좌시하겠습니까? : 좌시하며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신고가 들어오면 유야무야 넘겨 버렸습니다. 이 기막힌 현실을 보는 부산의 언론들은 눈을 부릅뜰까요? : 눈을 감고 덮기에 바빴습니다.

   

14900억원의 초대형공사(지금은 27천억원으로 불어남)에 필요한 자금은 어디서 조달하겠습니까? 부산은행이 1조원을 대출해 주었습니다. 사업전망이 좋고 신용도가 높아서 부산은행이 투자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전망이 너무 안 좋아 중국회사가 포기한 사업이며, 이영복회장은 신용불량자입니다. 그런데도 부산은행은 거액의 돈을 왜 빌려 주었을까요?

   

시공무원은 법을 억지로 고치고, 검찰은 위법을 눈감아주고, 언론은 불의에 침묵하며, 은행은 사업성도 없는 신용불량자에게 거액의 돈을 쾌척해 건축이 금지된 국민들의 공유공간, 그 바로 코 앞에 초고층건물과 주거용 아파트를 짓게 되는 이 기상천외한 "막장드라마"가 왜 일어날까요?

   

이영복이 부산시고위간부, 검찰을 돈으로 매수하고 광고발주로 언론의 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그 돈은 부산은행에서 빌린 돈인데, 이 거액의 돈을 빌릴 때 바로 정치인들이 도와 준 것이죠. 정치권의 비호를 받아 빌린 돈을 뿌려 5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돈으로 부산시고위관료와 검찰, 언론을 매수하고, 정치인들에게 돈을 뿌린 겁니다. 이게 바로 엘시티 비리사건의 전모입니다.

어느 놈들이 잡혀갈지 떨고 있겠죠. 이영복은 관련자들을 돈은 물론 골프, 최고급 술과 대한민국 A급 여성접대부를 제공함으로써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두었죠. 물론 이자들은 술과 여자로 질펀한 쾌락을 즐겼죠.

   

5. 이런 막장 드라마는 우리 역사상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떠하길래 막장드라마일까요? 이런 대형 건물을 지으려면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도시계획위원회,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이죠.

   

하나만 예로 듭시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위원회가 구성됩니다. 이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부산시장은 사업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위원회의 통과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안 됩니다. 자기편만 꽂아 놓으면 간단히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거기에 교수들이 참여하죠.

   

부산시장은 자기편을 집중 배치했습니다. 심지어 엘시티 소속 감사와 엘시티 용역사업을 맡은 교수마저 심의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고양이 앞에 생선이죠. 자기들끼리 박수치며 통과시켜 버린 겁니다. 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고작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문지식과 연구, 학문의 이름으로 막장드라마가 승인된 것이죠. 그러니 이 사건에는 교수들이 숨어서 한 몫 합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죠. 우리 교수라는 놈들이 그런 놈들입니다.

   

, 이제 엘시티의 전모가 드러납니까? 부산시 공무원 중 누가 개입했는가? 전현직 시장(허남식과 서병수)은 연루되지 않았나? 허남식 전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소문은 파다합니다. 눈감아 준 검찰은 누군가? 은행대출에 압력을 넣은 정치인은 누군가? 사기꾼 교수는 누군가? 그리고 몸통은 누군가?

   

결국, 질문은 이렇게 재구성되겠군요. "온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해운대라는 공유재를 기업체에게 쥐어 준 작자들은 누군가? 570억원을 누가 다 가져갔는가?" 문제는 대략 이렇습니다.

그런데 한성안 교수는 어떻게 이 일을 이렇게 꿰뚫고 있는가? 독자들이 알기에 한교수는 지역경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 아닌가?

   

맞습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한달전 부산참여연대 스터디에 참가하여 한 기자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바로 이 엘시티 사건을 2010년부터 심층적으로 조사하여 취재파일을 써 온 SBS 송성준 기자입니다.

   

5개의 심층 취재파일을 만들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소신을 갖고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왔습니다. 참석한 파워블로거인 저와 아이엠피터가 이를 공론화하려 했고, 아이엠피터는 이미 블로그에 게재했습니다. 저는 최순실 정국을 흐릴까봐 관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일 1121() 부산 KBS1 라디오에서 이에 대한 인터뷰를 10분 정도 갖게 되어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일단 오후 510분경 <부산은 지금>을 통해 방송이 나갑니다. 전국 어디서나 주파수 103.7을 맞추면 됩니다. 경제학자로서 분석을 곁들일텐데, 그게 더 중요한 내용이겠죠.

   

방송 소개하느라  삼천포로 빠져버렸는데, 제가 원래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SBS 송성준 기자의 투철한 기자정신입니다. 광고 때문에 모든 지역 언론이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정의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사건을 파헤친 것이죠. 제가 이런 인터뷰를 쉽게 하게 된 것은 바로 송성준 기자 덕분입니다. 저는 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송기자는 다릅니다. SBS송성준 기자 파이팅입니다.

   

요즘 엘시티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모두 송성준 기자의 기사를 따 간 것입니다. 기자들은 왜 남의 지적 재산권을 인용 없이 함부로 가져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디든 양심이 바닥인 것 같습니다.

   

그날 발표 시 그가 겪은 어려움을 실토할 때, 감동했습니다. 부산시 공무원이 거짓말을 퍼뜨려 그를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음해한 일, 사적으로 문란하다는 허위소문을 퍼뜨리는 일, 어디서 칼 맞을지 모른다는 위협 등으로 명예가 손상되고 불안해했답니다. 이영복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랍니다.

   

그래선지 KBS에서 인터뷰 교수를 이곳저곳 물색했지만 모두 소극적이며 사양하더랍니다. 결국, 제가 떠맡게 되었습니다. 죽는 건가?

   

박근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이 막장드라마의 전모를 밝힐 수는 없는가?

   

   

한성안(영산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