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새로운 루트

moonbeam 2017. 11. 13. 11:08

새로운 길을 찾아 가는 것은 참 흥미있는 일이다.
목적지를 생각하고 노정을 그리며 첫 발을 내디딜 때는
요즘 애들 말로 심장이 쫄깃해지며 가벼운 흥분을 느낀다.
집을 나가 일산의 맨 끝 길 경의로로 나간다.
수색, 행신에서 들어오는 일산의 길목이다.
쓰레기 소각장을 지나 열병합발전소를 끼고 계속 걷는다.
건널목 맞은 편에 경의선 곡산역.

곡산역부터는 경의로 찻길과 경의선 철로 사이의 산책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걷는다.
몇 년 전 일산 일주한다고 이 길로 걸어 고양종합운동장 킨텍스 호수공원으로
한 바퀴 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가을이 무르익어 겨울로 가는 때. 계절이 참 좋다.
이맘때는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되고 무슨 짓을 해도 예술이 되지 않을까...

백마역을 거쳐 굴다리를 지나면 옛날 백마역을 본뜬 간이역이 나온다.

잠시 쉬었다 가자...가을의 아침 햇살...참 좋구나.
잘 닦은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바람이 그린 단풍 그림도 감상하며 가다보니 어느덧 애니골 입구... 


길은 죽 이어지지만 여기서 좌회전. 건널목을 건넌다.
밤가시마을을 지나니 왼쪽에 냉천초등학교.
어릴 적 살던 북아현동 바로 옆이 냉천동이었는데...
냉천동에서 서대문, 광화문으로 곧잘 넘나들었는데...
냉천동 맨 꼭대기 산 밑의 길은 조용하고 깨끗해서 자주 거닐었던 기억이 새롭다.
맨 위에 있는 계단에 앉으면 서울 시내가 다 내려다 보였는데...ㅎㅎㅎ

곧이어 나오는 큰 찻길을 주저없이 건너 마두도서관 옆 길을 오른다.
왼쪽은 경진학교 오른쪽은 도서관.
가파른 길을 잘 정비해서 포장했다.
그냥 숲속길로 했었으면 하지만 정발산 오르는 곳곳에 숲길이 제법 있으니 뭐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언덕길 오른쪽엔 파크골프장이 있다.

옛날에 배수지로 쓰던 곳인데

노인들 운동하기 좋게 일반 골프장을 축소해서 만들었네. 하지만 옛날 철조망이 그대로 있어서 좀 걷어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ㅎㅎㅎ





가파른 언덕길은 노랗다.

한참 데이트 중인 장끼와 까투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내 후두둑 날아 간다.
 
아...내가 사랑의 훼방꾼이 되었구나...
약간 숨차게 언덕길을 올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평심루로 가는 주변 길에는 판석이 깔려 있어서 돌을 밟고 건너는 재미가 있다.
사람이 없으면 어린아이 마냥 깡충깡충 뛰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심루'... 이름도 멋지다.

  

아침해를 받는 누각 위에는 한 사람이 서서 조용히 명상을 한다.

사진 찍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고 서 있다.

매일 거의 같은 시각에 올라오시는 것 같다.
평심루를 지나서는 내리막길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즐기면 된다.

정발산이 높지는 않지만 숲은 그런대로 우거져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산을 내려가면 바로 중앙로와 만난다.
중앙로 위로 구름다리가 있어 차와 마주치지 않고 편안하게 건너면 넓은 미관광장이 눈에 들어 온다.

거의 끝부분에는 대형 조각품 모빌이 있고 바로 그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20여년 동안 정이 든 호수공원. 호수공원은 일산의 보배다.
어떤 말을 늘어놓아도 이 공원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다 표현할 수는 없으리라...ㅎㅎㅎ

  

이제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호수공원의 구석구석을 핥으며 한 바퀴...
집에서 출발해서 도착까지 13K 정도...
아침 산책으론 좀 긴듯한데 하루 이틀 버릇이 되니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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