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노목사님의 탄식

moonbeam 2020. 9. 15. 15:47

(지리산 2018)

 

내가 20대부터 여태껏 알고 지내는 은퇴 노목사님이 전화를 하셨다. 야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남보다 늦게 신학을 하셨고(그때는 광나루에 놀러도 자주 갔었는데…)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시며 참 특이한 목회를 하셨지.

벽촌 오지 촌구석을 찾아가 교회를 세우고 필요한 것 모두 만들어 놓고는 후배한테 맡기고 자기는 훌쩍 떠난다.(나도 전기 밥솥 등 생활집기 후원도 제법 했지ㅎㅎㅎ)…

번듯한 교회보다는 약하고 소외받는 자들을 모아 먹이고 재우고 취직시키고 가정을 꾸리게 만들고는 내쫓는다. 평생을 그렇게 사신 분인데…

은퇴 후에는 사내 손주 둘을 돌보시는 재미에 푹 빠지시는가 했더니 날이 갈수록 힘에 부치다고 사내놈 둘 보느니 차라리 목회를 다시 하겠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하셨는데(결혼도 늦게 하셔서 팔순이 가까운 나이에 손주 보기도 힘드시지ㅎㅎㅎ)…

오늘은 전화에다 대고 아이고 이나라 이교회를 우짤꼬. 한숨과 걱정이 태산이다.

당신도 목사라 같은 목사끼리 엔간하면 봐줄라 하는데 이누무 목사들이 왜 이런다냐…

교회는 또 왜 이리도 크게만 짓냐…솔로몬의 궁전처럼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교회만 크게 지으려 하니 도대체 워쩐 일이여…

이 양반이 전화를 하시면 보통 30분이 넘는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시간을 떠들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ㅜㅜ

정말 이 교회, 목사들, 이 나라를 우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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