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25년을 건너 뛴 만남

moonbeam 2020. 9. 21. 10:41

핵교 생활 중 딱 한 번 중학교에 근무했다. 1995년부터 1998까지…

집과는 너무 멀고 지하철도 완전하지 않아 출퇴근에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애들과는 즐겁게 잘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덩치가 나보다 훨씬 크고 거무튀튀한 사내놈들과 매일 씨름하며 지내다가 처음 가본 중학교.

애들도 너무 여리여리하고 솜털이 뽀송뽀송 귀엽고…잘 정돈된 느낌이 약간은 낯설고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애들과 어울려 참 즐겁고 재미있게 보낸 시간이었지.

엊그제 95년 대청중학교 3학년 4반 친구를 만났다. 96년 2월에 졸업한 후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 그 동기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가끔 만났지만 이 친구는 고등학교 다니다가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전혀 만날 기회가 없었다.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으로 가면서도 과연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10대에 마지막 봤는데 이제는 훌쩍 건너 뛰어 40대에 들어섰는데…게다가 마스크도 쓰고 햇볕이 좋아 선글라스까지 꼈는데…

어릴 적 모습을 계속 머릿속에 그리며 에스컬레이터를 올라오는 사람마다 유심히 바라본다. 오…바로 알아보겠네…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그 개구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네.ㅎㅎㅎ어쩌면 이렇게 변하지 않았지? 몸집은 엄청 커졌지만 내 눈엔 옛날 개구쟁이로만 보이니ㅎㅎㅎ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너무 짧구나. 물회도 먹고 육회도 먹고…25년 동안 묵혀 있던 이야기들은 해도해도 끝이 없네. 이제는 멋진 청년의 모습으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이 든든하구먼…

사람이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일이야 말로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일인가…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내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 기억을 끄집어 내서 하나하나 만나볼 기회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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