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일
다 똑같이 해뜨고 달지는 날인데
어느 날은 새해 첫날이 되고,
어느 날은 마지막 날이 되고,
어떤 날은 울음으로 태어난 날이 되고,
어떤 날은 웃음으로 하늘로 돌아가는 날이 된다.
한 숟갈 한 숟갈 떠먹다 보니 그릇에 남은 밥은 갈수록 줄고
어깨는 등짐을 하나 보탠 것처럼 무거워 더 수그러진다.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이 코앞인 나를
다시금 이어주는 날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의 끈 앞에서
누구나 그렇듯
아무것도 이룬 것 없어 마음만 헛헛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