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인도

moonbeam 2022. 2. 28. 16:38

10여 년 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고 퇴직 후에도 테니스 모임을 통해 꾸준히 만나고 있는 선배 선생님을 서너달 전에 우리 동네 작은 교회로 슬쩍 이끌었다.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해서 젊었을 때는 제법 큰 교회(나도 잘 아는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도 했는데...
지휘를 그만두고 나서는 언제부턴가 교회와 멀어졌고 그 기간이 좀 길어지고...그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교회에 다시 나가기를 은근히 종용했다.
좌우지간 몇 년 동안 불쏘시개를 넣어 끊이지 않고 불을 붙여서일까 그분의 뜻일까(선배샘은 ‘그분의 뜻’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요즘은 주일이 기다려진단다.
주일 아침마다 우리집 앞에서 만나 같이 가는데 그 얼굴이 그렇게 밝고 좋은 기분이 철철 흘러넘친다.
예배 중 설교를 들으며 가끔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고, 찬양을 할 때에는 어찌나 크게 소리를 내는지 깜짝깜짝 놀란다.
전문적인? 용어로 ‘아...참 은혜스럽다’는 느낌도 온다. 속이 후련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하긴 요즘 어디 가서 그렇게 마음놓고 소리를 질러 보겠나.ㅎㅎㅎ
옛날 어릴 때 동네 꼬마들 다 끌고 교회로 몰려가 함께 어울려 놀던 기억, 중고등부 대학을 거치면서 가까운 벗들을 꼬셔서? 교회에서 활동하던 기억...거의 30여 년 만에 다시 느끼는 감동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좋은 기분을 가지는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특히 종교 문제에 있어서 함께 생각하고 공통의 목표를 가지게 되니 다른 만남의 경우와는 와닿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덕분에 나도 교회에 대해서 다시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여지껏 대충 그냥 버릇대로 왔다갔다 하며 교회에 대해 비판적인 나의 갈짓자 발걸음이 좀 달라질까...ㅎㅎㅎ
비난이 아닌 비판인데 그걸 가지고 말들이 많으니...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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