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와 윤동주는 일제 말기의 저항시인으로 해방을 간절히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두 분 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이육사는 남성적이고 강한 시, 윤동주는 여성적이고 고백적인 시를 주로 썼지만
짙은 민족애와 독립을 바라는 간절한 갈망 등은 공통점이지요.
일제 강점기에는 지도자격인 많은 문인들이 일제에 순응하고 부역하며
심지어 우리 국민을 호도해서 일반 민중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고 지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육사는 광야, 절정, 꽃 등의 시를 통해
우리 민족의 기상, 위대함, 조국광복을 바라는 염원, 반드시 이뤄지리라는 신념 등의 정서를 일관되게 표현했습니다.
게다가 시에 담은 굳은 정서와 함께 삶 자체도 기꺼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바쳤죠.
그래서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는 것이지요.
현대에 와서도 민중에게 깨우침을 주고 어리석은 민중들을 선도해서 존경을 받던 작가들이
초지일관하지 못하고 권력에 아부하거나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가끔 봐왔습니다.
작품과 말 그리고 삶이 일체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 새겨 봅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밝고 건강하고 낙관적인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청포도, 푸른 바다, 흰 돛단배, 은쟁반, 하이얀 등 맑고 순수한 색채에서 느낄 수 있죠.
내 고향이 아니고 ‘고장’이라는 표현으로 좀더 구체적인 느낌을 주고
‘청포’, ‘모시수건’에서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느낌을 나타냈죠.
‘손님’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드러나는데
그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오니 조국광복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지요.
그러나 반드시 ‘청포’를 입고 오리라는 확신이 있기에 ‘은쟁반’과 ‘모시 수건’을 미리 마련해 둡니다.
광복의 길이 멀고 험난하지만 반드시 오리라는 확신과 신념에 찬 시이고 또 시인의 삶임을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정의로운 신념과 철학을 소유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것을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은 더욱 힘들죠.
더 나아가 그 뜻과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관철한다는 것은 더욱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은 이들이 돈의 유혹과 권력 그리고 현실에 굴복하고 회유되기 마련이지요.
올바른 신념과 철학이 절실한 이 시대라 생각합니다.
사리사욕...개인의 명예와 욕망에 사로잡혀서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에서 조금만 벗어나
‘우리’라는 생각으로 함께 어깨동무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남이가’하는 이익집단, 파당을 만들자는 말은 절대 아니라는 걸 아시죠?ㅎㅎㅎ
오늘도 건강하게 생각을 하면서 살아갑시다. #이육사#청포도#광야#윤동주#개벽#꽃#별헤는밤#남성적#여성적#웅혼한기상#자기고백적#은쟁반#모시수건#서시#시감상#시해설#시힐링#3분힐링#월광샘시감상#이원도의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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