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하여 / 곽재구
너에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향하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성난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곽재구 시인은 시골 간이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정감어린 시선으로 묘사한 ‘사평역에서’란 시로 많이 알려졌지요.
또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포구들을 돌아보고 기행수필집 ‘포구기행’을 썼구요.
소설가 임철우는 ‘사평역에서’란 시를 모티브로 해서 ‘사평역’이란 소설을 쓰기도 했지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 오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열정이 뜨겁게 달아오르다가도 차갑게 식기도 하고,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마치 먼 곳에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만남과 헤어짐, 헤어짐과 만남이 인생에서 거역할 수 없는 순리라면 따라야 하겠지만
그러기엔 서로가 너무 안타깝게 헤어짐을 맛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완성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믿음과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위하여’ 이 시는 제목 그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랑의 고백입니다.
서로의 삶에서, 서로의 생활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있다 하더라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라는 마지막 구절은
모든 갈등을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신념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항상 밝고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그 길목에는 어두움과 절망, 오해와 불신 등 아주 많은 돌멩이들이 수없이 깔려 있지요.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때로는 길이 끊겨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하나의 끈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비가 온 후에 땅은 더 단단해지고 굳어지기 마련이잖아요.
고통과 실망을 거치고 난 후 더욱 성숙한 사랑이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자기 스스로에 실망하고 상대방에게 실망했다고 사랑이 식었다고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요즘은 사그러졌지만 수십년 전 수석 열풍이 불 때 돌밭을 다니면서 늘 하는 말이 있었어요.
‘돌은 찾는 게 아니고 만나는 것이다’...
하나의 사물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세상 어느 것보다 더 어렵겠지요.
사랑도, 情도, 사람도 한번 맺은 만남, 인연을 그리 쉽게 놓으면 안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 정말 어렵게 만난 사람, 힘들게 이어온 사랑의 끈을 놓지 말고 죽 이어 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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