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동해바다 / 신경림

moonbeam 2022. 8. 23. 11:16

https://youtu.be/0ykBvbaYQGQ

동해 바다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하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 시인은 1970년대에 ‘농무’라는 시를 발표해서 군화의 서슬이 시퍼랬던 당시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개발독재 논리와 산업사회로 박차를 가한 시대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농촌의 열악한 상황을, 하층민중의 서정성을

친숙한 우리의 가락에 얹어 표현해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그 안에 담은 농민들의 한과 울분, 고뇌, 그리고 처절한 몸짓이 지금도 눈에 보듯 선하게 떠오르네요.

 

요즘 날씨가 많이 덥죠. 휴가철입니다.

그래서 푸른 파도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시의 화자는 지금 넓고 푸른 후포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친구의 잘못을 엄하게 질책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던 잘못된 삶을 반성하고 있지요.

그것을 느낀 시인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갖길 원하며 자신에게 맵고 모진 채찍질을 하고 있습니다.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스스로를 모진 매로 다스리고 있으니

사색적이고 자기반성적, 자아성찰적이고 교훈적인 시라고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잘못을 잘 끄집어 내서 지적하고 나무라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지요.

자기합리화와 자기정당화에 익숙한 것이 현대인입니다.

요즘말로는 내로남불이라지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스스로의 언행을 반성하기보다는 남의 잘못을 꼬집고 남을 끌어내리면서 스스로 만족해하는 삶에 익숙해있지요.

어쩌면 시대가 그렇게 몰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구요.

남보다 더 뻔뻔하고 남보다 더 얼굴이 두꺼워져야 잘 살 수 있다고 사회가 말하고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요즘 같은 각박한 현실에서 시인이 바라는 인간형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밝고 건강하고 훈훈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휴가철에 혹 바다에 가신다면 너른 바다를 품에 안고, 너른 바다를 닮은 얼굴로 돌아 오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 더위가 지난 후 맞이하는 가을이 더 풍성하지 않을까요?

풍성한 삶은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 있지는 않을 거 같아요.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넓게 품어주는 그 마음이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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