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부자 시집 하늘샘 / 윤교식 윤주섭

moonbeam 2022. 8. 23. 11:31

https://youtu.be/Na78Nw9uCRk

부자시집 ‘하늘샘’

 

오늘은 부자시집을 읽어봅니다.

돈 많은 부자의 시집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쓴 시를 모아 펴낸 공동시집 ‘하늘샘’입니다.

해군 장교 복무 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아들 윤주섭과

하늘의 사명을 받아 목회의 길을 걷고 있는 아버지 윤교식 목사.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는 아들과 아들의 존경을 받는 아버지가 각자의 삶에서 받은 느낌을,

같은 듯 다른 서로의 시선을 함께 모아 놓았네요.

 

먼저 아버지의 시 한 편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 윤교식

 

소리 없이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강가로 가야겠다.

 

잿빛 하늘에 비로소 피어나는

하얀 꽃송이를 가르쳐 주고

먼 하늘을 조용히 내려와

말없이 강물에 스러질 줄 아는

눈꽃들의 순한 마음을 보여줘야겠다

 

조그만 손을 꼬옥 잡은 채

밤을 기다려

시린 바람 불어올수록 하나로 뭉쳐

쩌렁쩌렁 소리를 내며 얼음이 되는

저 강물의 굳센 믿음을

아들의 작은 가슴에 심어 줘야 하겠다.

 

아버지라면 누구나 자기 자식에게 하고픈 말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식에게 어떤 말을 할까요?

돈 많이 벌어라,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 웃어른을 공경해야지. 밥 잘 먹고 건강해야 한다. 라고 말하고 싶은가요?

이 시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꼬옥 잡고

스러질 줄 아는 하얀 눈꽃송이의 순한 마음과, 얼음으로 변하는 강물의 굳센 믿음을 심어 주려 하는군요.

그런 것을 배운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하네요.

사실 자식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버지니까 당연히 그냥 믿고 따르고 순종하고 사랑하는 그 정도?...

저도 자신은 없네요. 아들에게 존경받는 그 자체로 아버지의 삶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이제 아들의 시를 읽어 보지요.

 

하늘샘 / 윤주섭

 

하늘에도

옹달샘 같은 곳이 있습니다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

우리네 눈빛이 흐르고 고여

달이 되었을 테죠

 

달은 점점 차오르더니

제 무게를 못 견디고

달빛 되어 내립니다.

 

참 간결하고 예쁘네요.

달은 희망이요, 소망입니다. 신비로운 염원의 대상이지요.

우리들의 사랑이 흐르고 소망이 고인 옹달샘이 달로 치환이 되고 점점 차올라 견딜 수 없을 때 빛조각이 되어 내린답니다. 간결하면서 함축이 있네요.

‘하늘샘’ 시집에 실은 시를 보면 아들은 시인으로서 뛰어난 자질과 감각이 보여요.

짧은 문장들이지만 사물을 보는 시선이 긍정적이면서도 순수해서 계속 공부하면 좋은 시들을 많이 쓰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깔끔한 시 하나 더 읽으며 조용한 호수를 그려봅시다.

 

호수 / 윤주섭

 

물안에

잔잔한 파도를 이불 삼아

풍경이 자고 있다

 

간밤,

그 품이 포근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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