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정현종 시인은 철학을 전공한 시인이지요.
‘섬’이란 시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잇고 싶은 바람을,
실존을 깨닫고 싶은 바람을 간명하게 짧은 두 줄로 묘사했지요.
이 시는 둥근 공의 모습을 통해서 강한 삶의 의지와 다짐을 표현하고 있네요.
문장의 마지막에 놓일 ‘살아봐야지’란 시어를 맨앞에 반복해서 운율을 살리면서 아울러 스스로의 다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이 떨어지고 튀어 오름은 흔히 시에서 말하는 하강과 상승의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둥근 공이란 것은 떨어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반탄력이 더 세져서 튀어오름도 더 높겠지요.
바로 그것이 삶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읽는 이에게 용기와 힘을 주게 되는 것이지요.
짧은 몇 줄의 시가 사람에게 울림을 주고, 한마디의 말이 세상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현상을 우린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공에서 텅빈 空을 느꼈습니다. 사실 공은 안이 텅 비어 있지요.
비어 있을 때 새로운 뭔가로 채워질 수 있지 않겠어요?
내가 나를 비움으로 스스로 편안함을 가지게 되고
내가 나를 비움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올 수도 있고
내가 나를 비움으로 다른 모든 것으로 채워지고ㅎㅎㅎ 너무 나갔나요?
사실 요즘처럼 살기 힘든 때가 없었던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요.
코로나라는 전염병에,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그리고 끝간 데 모르는 전쟁...
좌우지간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 가운데 못살겠다며 아우성치는 목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높아가네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죠.
현실을 이 시와 접목해 보면 하강이 있기에 더 높은 상승을 가져올 수 있고
떨어짐이 있기에 솟구치는 희열을 맛볼 수 있는 것이지요.
상승을 예감하는 하락만큼 자신있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떨어짐이 깊고 강할수록 올라감의 오기와 힘이 더 강해짐을 믿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희망도 없이 추락하는 요즘의 현실을 강하게 튀어오름으로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항상 주위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시인의 섬이란 시로 맺음을 합니다.
섬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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