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낙 엽 / 복효근

moonbeam 2022. 11. 7. 16:15

https://youtu.be/8uwObvqh03c

낙엽 / 복효근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여 초
그 다음은 스스로의 일조차 아닌 것을
무엇이 두려워
매달린 채 밤낮 떨었을까

애착을 놓으면서부터 물드는 노을빛 아름다움
마침내 그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죽음에 눈을 맞추는

찬란한

신.

낙엽의 시간이 왔습니다. 사실 낙엽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섭리이자 몸부림이지요. 
그러나 그 자체로 보면 떨어짐이요, 그 떨어짐은 곧 죽음입니다.
1연에서 ‘밤낮 떨었을까’라는 표현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없는 사람은 없겠죠.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여 초’라고 했지만 사실 ‘십여 초’도 긴 시간이지요. 그 십여 초 동안 얼마나 많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갈까요. 
2연에서는 애착을 내려놓고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내려놓으니 ‘노을빛’이 되고 ‘아름다움의 절정’이 되네요...
‘죽음에 눈을 맞추는’이란 표현에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죽음을 관념적으로 보지 않고 객관화해서 하나의 물체로 서로 마주 본다...과연 나와 죽음은 어떻게 대면할까요. 궁금합니다.ㅎㅎㅎ
마지막에서는 줄을 바꿔가며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서 찬란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시각적 효과인 공간을 느끼게 하고 아울러 떨어지는 동안, 시간이 흘러감도 느낄 수 있네요. 시인은 길어야 십여 초라고 했지만 제 생각엔 그 삶의 전체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저/ 찬란한/ 투/ 신’

죽음이란 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죠. 피할 수도 없고, 처음 당하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으로 느껴지니 두렵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듯이 사알짝 바꿔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요즘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합니다. 공원에 나가 느릿느릿 산책을 해도 누가 뭐라지도 않고, 벤치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바로 현재의 내 나이, 나의 모습이지요...
제법 살 만큼 살았다는 것인지 요즘은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살아왔느냐보다 어떻게 죽느냐에 대한 생각이 많아집니다. 아흔여섯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면서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도리는 아닌 줄 알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내 맘대로 할 수는 없잖아요.ㅎㅎㅎ  

그러나 이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꿔 보려 합니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가장 확실한 가능성으로 보고 죽음을 자각하면서 인간은 실존의 의미를 느낀다고 했는데...죽음을 전제로 한 삶이기 때문에 더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낯설게 하기’의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충만하지 않은 삶을 두려워하십시오.’ 라고 말했다지요. 삶이 있다면 죽음은 당연한 것. 죽음을 삶의 또 다른 한 면으로 인식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언젠가는 사라져야 하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시간이 되면 떨어지는 꽃처럼, 떨어져야만 사는 낙엽처럼 죽음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죠. carpe diem, seize the day.
오늘을 즐기라는 말은 내멋대로 마구마구 살라는 말이 아니라 충실한 오늘, 후회없는 오늘을 살아내라는 뜻이겠죠.
어제의 내가 이어져 오늘의 내가 되었듯이 오늘의 나는 또 다른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그 끝에 무엇이 있든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낙엽이 떨어져야 나무가 살 듯 죽음도 또 다른 내일임이 분명합니다. 또 다른 내일의 모습이지요.
이제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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