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누구든지 / 이원도 시낭송 감상

moonbeam 2022. 12. 22. 16:29

https://youtu.be/6ujwSpjJBQU

누구든지 / 이원도

파란 새싹에서 붉은 열매를 보고
수많은 스침 속에서 하나의 눈망울을 
기억할 수 있다면
듣지 못하는 이에게 눈으로 말할 수 있다면
시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떨어진 꽃잎에서 향기를 맡아낼 수 있고
흘리는 땀에서 사람의 냄새를 
찾아낼 수 있다면
말 못하는 이의 가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시를 못 써도 좋습니다.

숨어서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고
힘든 하루를 씻어 내리는 탁배기 한잔과 
어울릴 수 있다면 
보지 못하는 이에게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면
정말 시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슬퍼하고 신음하고 웃고 화내며
떠들썩하게 때론 아주 조용하게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리듬감도 있어야 하고 속에 숨어서 흐르는 운율도 있어야 합니다.
손끝으로 퉁겨지는 언어의 감각적인 표현에서 나오기도 하구요(물론 가벼운 언어유희를 시라고 인정하지 않기도 하지만) 깊은 사색의 결과로 심오한 감동을 주는 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시를 정의한다는 그 자체가 말이 안될지도 모르죠.
저에게 시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시는 삶 자체라고 말하겠습니다.
예쁘고 감각적인 단어를 연결하면 시라고 느낄 수 있지만 단순한 낱말의 나열로 그치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 말장난일 수도 있죠. 그런데 그 구분도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ㅎㅎㅎ
자신의 삶이 녹아 있지 않은 글은 시라고 하기 어렵죠. 반대로 작가의 삶이 녹아 있다면 저는 그것이 어떤 형태든 진정한 시라고 말하겠습니다. 누구나 삶 자체가 녹아 있는 시를 많이 썼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시란 마음속에 품은 생각 또는 머릿속에 있던 꿈, 상상 이런 것들이 언어라는 틀로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거짓 없는 순전한 마음이 숨김없이 나타난다면 훌륭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읽는 이가 지루하지 않고, 또 공감을 유도할 적당한 표현의 기교를 갖춘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모두가 시를 쓰는 마음으로, 또 시를 쓰면서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시를 쓰는 마음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은 없을 테니까요...비록 그 시의 내용이 울분과 고통 좌절 등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시를 쓸 때 자신과 또 다른 인간과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기 마련이니 가장 순수한 시간,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 이제 모두들 시를 쓰세요...바로 그 순간 당신이 누구든지 시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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