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비 / 정지용 시낭송 감상

moonbeam 2022. 6. 30. 13:39

https://youtu.be/4Mlx2jCgT68

/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정지용 시인은 납북되어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우리 문학계의 거목인데 한때는 이름조차 거론하지 못하다가 80년대 이후에 해금되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지요. 작년에 유명을 달리 한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함께 부른 향수란 시도 정지용 선생의 작품입니다.

 

원시는 두 줄씩 끊어서 4연으로 배열을 하고 있어요. 짧은 구절의 배열을 통해 여백과 휴지의 미를 살린다고 흔히 이야기 합니다.

이 시는 비가 내리기 직전과 후를 시간의 순서에 따라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검은 비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돌에 그늘이 찬다고 표현했지요. 이어서 다가올 비를 미리 알고 꼬리깃 세우고 종종걸음으로 걷는 새들의 모습을 까칠한 걸음걸이라고 묘사했구요...이어 쏟아진 비가 실처럼 나뉘고 또 모여서 여울지는 모습. 그쳤구나 하는데 다시 내리는 비. ‘빗낱이라고 표현했네요. 낱이라...시인은 빗줄기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눈여겨 세고 있었나 봅니다. 관조의 상태지요. 사물을 그윽히 바라보면서 느끼는 상태...시인은 비를 바라보며 하나하나 세고...우리는 그 시인을 지켜보며 시를 음미하고 있지요. 마지막 4연에 큰 감동이 몰아칩니다. 시인은 붉은 꽃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소란하다고 느낍니다. 그만큼 주위가 고요하며 그 적막 속에서 천둥처럼 큰 울림이 있다는 것입니다. 침잠과 관조의 상태에서 느끼는 깨달음. 앞 연에서 순수하다 못해 약하게 보이던 수척한 흰물살은 강렬한 붉은 색깔로 바뀌어 붉은 잎 잎을 흔들고, 시인의 온몸과 마음을 뒤흔들고, 우리도 함께 흔들리고...소리없는 아우성이요, 적막 속의 외침입니다.

 

비가 내리면 누구나 잦아드는 기분, 차분함을 느낄 거에요. 시에서도 비는 하강의 이미지입니다. 비는 우리를 생각 속에 잠기게 합니다. 비 내리는 날엔 비를 보고 빗소리를 들으며 지나온 날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되새김하게 되지요. 괜히 마음이 울적해짐을 느끼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너무 우울에 빠지지는 말자구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빗줄기에 다 흘려 보내구요, 더 아름답고 더 떳떳하게 내 주위에 웃음을 주면서 내 이웃의 손을 잡고 보듬어 안으면서 이웃과 함께 즐겁게 살 궁리나 해봅시다. 빈대떡 한 장 부쳐 나누면서 말이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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