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시 낭송 감상

moonbeam 2022. 6. 21. 15:28

https://youtu.be/NGbt7y4twxE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시는 그 내용상으로 보면 서정성이 빛나는 시가 있고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시가 있는 반면에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강하게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담은 시도 있지요.

황지우 시인은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란 시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을 나타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7,80년대 군사독재시절 우리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겪었던 암울하고도 억압된 시대상을 비판하고 극복하려는 저항 의지를 보인 작품들도 많이 썼지요.

그때의 대학생들이 생각납니다...

쏟아지는 최루탄에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데모의 대열에 섰던 대학생들...

어디서 그런 용기와 의지가 솟아났는지...ㅎㅎㅎ

요즘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개인적인 행복만 추구하는 대학생들과는 많이 달랐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시는 보통의 시처럼 연을 나누지 않고 스무 줄로 죽 이어 썼죠.

처음 두 줄에서는 영화를 즐기러 간 극장에서 경건하게 애국가를 불러야만하는 현실을 나타냈죠.

강요된 애국심. 자유가 없는 현실. 모두가 똑같이 따라야만 하는 억압의 사회.

3행부터는 극장 화면에 보이는 영상...

열을 지어 날아가는 새들. 아름답고 멋진 ‘화려강산’은 결코 아름답지 않고,

‘일렬 이열 삼렬’이란 시어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날아가면서도 줄을 맞춰야 하는 획일성을 드러내며

당시 시대 현실을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죠. 새들이 비웃고 있어요.

11행부터 주체는 우리들이죠.

세상을 ‘떼어 메려는’ 의지는 품었지만 소극적으로 ‘낄낄대고’ ‘깔죽거리는‘ 것에만 그쳐 결국 ’주저앉게‘ 되는 현실.

이렇게 보면 시어라는 게 참 묘하지요.

외적인 사물인 새들을 통해, 또 화자인 우리를 통해 은근히 비꼬면서

시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요.

새들도, 우리도...다른 세상을 염원하지만 결국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 참 암담했던 옛날이 떠오릅니다.

 

이런 과거는 앞으로 절대 반복되는 일이 있으면 안 되겠습니다.

순서대로 줄 세워서 1등만 강요하거나 1등만 유능하다고 인정하는 사회,

그리고 군홧발은 물론 다른 어떤 특정한 세력이 우리 모두를 짓밟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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