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산골 사람 / 황금찬

moonbeam 2022. 6. 8. 12:26

https://youtu.be/pFaGboYvEbU

산골 사람 / 황금찬

그는 물소리만 듣고 자랐다

그래 귀가 맑다

그는 구름만 보고 자랐다

그래 눈이 선하다

그는 잎새와 꽃을 이웃으로 하고 자랐다

그래 손이 곱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평범한 가르침

선하고 착하게 살아라

네가 그렇게 살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나는 충성과 효도를 모른다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씀을

잊지 못하고 살아 갈 뿐이다

오늘 내가 남길 교훈은 무엇일까

나도 평범한 애비여서 선하고 착하게 살아라

사랑하는 아들아, 딸들아

이 말 밖에 할 말이 따로 없다.

황금찬 시인이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분이시죠.

우리 시단의 거목으로 수많은 문단인들과 원만하게 교류하시면서 100세를 사시다 돌아가셨죠.

40권에 가까운 시집을 내시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쉽고 단순한 언어로 표현하셨구요.

그래서 그의 시를 ‘생활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요.

시인이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것은 작가에 따라 다 다르지요.

심오한 사상이나 깊은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시,

또 그저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가져와 깊은 의미도 담지 않은 듯 툭 던지는 그 한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아주 훌륭한 시도 있지요.

그런 면에서 황선생님은 시를 가장 가깝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한 시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시에 나타난 산골사람. ‘귀가 맑고 눈이 선하고 손이 고운 사람’ 바로 시인 자신이지요.

평생을 이 시처럼 맑고 선하고 곱게 사셨지요.

‘다시 태어나도 시를 쓰겠다’고 하셨고 ‘나는 시 쓰는 일 외엔 할 것이 없다’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를 울리네요.

착하고 선하게 살라는 말은 아마 우리들 대부분이 자식에게 당부하고픈 말이겠지요.

요즘처럼 돈, 돈, 돈 하며 돈이 모든 걸 좌우하는 세태에서 더욱 필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강릉바다를 사랑하셨고 약주를 한 잔 하시면 해맑은 표정으로 동요를 즐겨 부르시던 시인.

그의 속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평범한 진심, 서정성이 다시금 우리를 깨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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