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 시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짧은 구절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었지요.
이 시에서 숲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깨달음을 얻는 공간입니다.
시의 앞 부분에서는 멀리서 숲을 바라보았을 때의 느낌, 뒷부분에서는 불탄 숲에 들어가서 본 느낌을 거리감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멀리서 보았을 때는 빈틈없이 빽빽한 것으로 보았는데 타버린 그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니
나무와 나무 사이에 적당한 거리와 간격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죠.
이 적당한 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도 적용이 됩니다.
사람끼리의 관계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더 잘 이해하고 그 본질을 깊이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적당한 거리를 ‘아름다운 거리’라고 부르고 싶네요.
너무 집착하지 않고 약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경지. 바로 관조가 아닐까요.
현대인은 소유와 집착이 강하지요. 무엇이든 끝없이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지요.
돈도 사랑도 명예도 권력도...도대체 인간의 그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요.
지금은 거의 해소가 되었지만 최근 2년반 동안 코로나로 인해서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생활했지요.
사회적 거리감은 우리를 위축시켰고 많은 관계들이 멀어졌어요.
하지만 떨어져 있는 그동안 우리 서로의 관계와 거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 바로 ‘적당한 거리’라는 것이 아닐까요.
숲 밖에서 숲을 바라본 느낌. 그리고 숲 안에 있을 때의 느낌,
우리들의 관계도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 적당히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
서로 느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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