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그냥 멍청히 / 나태주

moonbeam 2022. 5. 20. 15:52

https://youtu.be/Znf-ptZ--f0

그냥 멍청히    
   
/ 나태주    
   
그냥 멍청히
앉아 있어도 좋은 산 하나
모두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아서 좋은
돌멩이 하나
모두 흐르는 세상에
흐르지 않아서 맑은
샘물 하나
더러는 시골 담장 밑에 피어 
웃음짓는 일년초처럼
잊혀진 개울의 낡은 다리처럼
그냥 바라보아도
가슴 그득 좋아만지는
나의 사람

오늘은 풀꽃 시인으로 많이 알려진 나태주 선생님의 시입니다. 평생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시가 참 간결하고도 쉽네요. 시를 쓰게 된 동기 중 하나도 어린아이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니 어려우면 안되겠지요...

요즘 우리 모두가 너무 바쁘게 살아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잠깐 비켜나서 멍청히 앉아 게으름을 피워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럴수록 고개를 스을쩍 돌려 먼 산이라도 보고 잠깐이나마 눈을 감고 아무 생각없이 있으면 어떨까요.
쉼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지요. 쉼이 없는 삶처럼 고통스러운 게 없을 겁니다. 아름다운 음악도 휴지 즉 쉼이 있어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요.
시인은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 그 모양 그대로 멈춰서서 변화를 보이지 않는 산, 돌멩이, 샘물, 일년초, 낡은 다리들에게 평범하면서도 진한 사랑을 느끼고 있네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 별 볼 일 없는 것들...다시 말하면 자기를 내세우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는 것들...그 사랑은 결국 ‘좋아만지는 나의 사람’으로 마무리하면서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고 있어요. ‘좋아만지는’이란 시어 정말 좋아만지네요. 싫어할 수 없는, 거역할 수 없는, 숙명적인 애정...잠깐의 쉼이 있음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도 더 깊어질것만 같네요.

게으름, 멍때리기, 빈둥빈둥, 일미루기, 무심, 느릿느릿, 중얼중얼, 혼잣말...저는 이런 낱말들을 사랑합니다.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여러분도 이런 낱말을 조용히 소리내 보세요. 오늘의 삶이 한결 더 여유롭고 편안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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