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졸지 여행 (20240616)

moonbeam 2024. 7. 30. 16:15
은퇴해서 광주에 내려가 사시는 목사님이 전화를 하셨다.
가끔 전화를 하셔서는 한참 말씀을 하신다. 나는 맞장구 치면서 들어주면 된다.
한 이삼십 분 가겠구나 했는데 이번엔 다짜고짜 광주에 다녀가라신다.
당신이 올라오기엔 낯설기도 하고 체력도 달려서 망설여지신단다.
아예 날짜까지 못박아 기차표까지 끊어 보내시고는 내려오라신다.ㅎㅎㅎ
2박 3일을 고집하시는데 내 일정이 안돼서 사정사정해서 1박 2일로.
70년대 중반...
고등부 교육전도사가 새로 오셨다. 나는 그때 고등부 교사 총무.
일반적으로 교육전도사는 장신대 학부나 신대원 학생으로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이분은 30대 중반을 훨씬 넘긴 노총각. 의례적이지 않아 잠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일반적인 교육전도사와는 사뭇 다른 좀 특이한 느낌이었다.
야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남보다 늦게 신학을 하셨고(그때는 광나루에 놀러도 자주 갔었는데…)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시며 참 특이한 목회를 하셨지.
벽촌 오지 촌구석을 찾아가 교회를 세우고 필요한 것 모두 만들어 놓고는 후배한테 맡기고 자기는 훌쩍 떠난다.(나도 전기밥솥 등 생활 집기 후원도 제법 했지ㅎㅎㅎ)…
번듯한 교회보다는 약하고 소외받는 자들을 모아 먹이고 재우고 취직시키고 가정을 꾸리게 만들고는 내쫓는다. 평생을 그렇게 사신 분인데…은퇴 후에는 사내 손주 둘을 돌보시는 재미에 푹 빠지시는가 했더니 날이 갈수록 힘에 부치다고 하소연하는 전화를 자주 하셨지.
몇 년 전 팔순때는 혼자 로마로 배낭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했지.
목사이면서 한국교회와 목사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던 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얼굴 맞대고 말을 주고받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이다.
더구나 나이 들어서 사람을 만나는 일도 소중하지만 참 어려운 것 중 하나다.
뭐 그리 잘해드린 것도 없고 나이 차이도 열 살 넘게 나니 그렇게 살갑게 가까이 지낸 것도 아닌데 전화를 하셔서 불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만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못해 만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데...
나도 적극적 강압적으로 마구마구 만나자고 질러 볼까.ㅋㅋㅋ
갑자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니 짜여진 일정도 마구 뒤틀릴 테고...
이번 주도 정신없이 숨차게 후딱 지나가겠구나...
(왼쪽부터 박동현교수 당시 중등부, 장주선목사 당시 고등부, 나, 고 조준동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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