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매 미

moonbeam 2024. 8. 12. 11:42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
羽化登仙해서 기껏 일주일...
한평생 울기만 하다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
곳곳에 떨어진 신선의 주검.
가야할 때를 알고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뒷모습.
매미를 칭찬하고 싶다.
이미 중국 진나라 육운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의 오덕(五德)인 문(文)ㆍ청(凊)ㆍ염(廉)ㆍ검(檢)ㆍ신(信)을 설파했다.
頭上有緌則是文也 머리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이 있다.
含氣飮露則其淸也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이 있다.
黍稷不食則其廉也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추고 있다.
處不巢居則其儉也 거처로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이 있다.
應候守節則其信也 철에 맞추어 나타나고 사라지니 신의가 있다.
다시 풀어 보면...
1. 매미의 머리가 관의 끈이 늘어진 모습과 흡사해 ‘문인의 기품’이 있다.
2. 오로지 수액과 이슬만 먹으니 ‘청정’이 있고
3. 사람이 먹는 곡식을 먹지 않는 등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니 ‘염치’가 있고
4. 다른 곤충들처럼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서 사니 ‘검소’가 있고
5. 철 따라 때맞추어 허물을 벗고 자신의 할 도리를 지켜 울어대니 ‘신의’가 있다.
게다가 우리 임금이 정사(政事)를 볼 때 머리에 쓰던 익선관(翼蟬冠)은 매미의 날개를 본뜬 것이라니...
더위를 가셔주는 청량한 소리에 더해 본받아야 할 매미의 성품을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사라져 기억조차 없는 낱말들을 소환하는 잘못을 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맛도 감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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