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배려 2

moonbeam 2008. 10. 17. 08:34

여의도에 와서 강가를 걸어 출근한 지가 벌써 5년이네..

거의 매일을 출근시 같은 코스로 걷다보니 대충 오가는 사람들 얼굴도 익고...

그 중 어느 사람은 반갑게 인사도 주고받고...

원래 우리 성향이 넉살이 그리 좋지 못해서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치기가 일쑨데

하도 낯이 익다보니 간단한 인사도 나누게 되었지...

살다보니 또 이렇게 지내기도 하는구나 하니 슬며시 웃음도 나오고....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아래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운동시설들이 모여 있다.

또 서강대교에서 마포대교에 이르는 구간에는 노천에 곳곳에 운동 기구들이 늘어서 있고,

마포대교 남단에는 작은 운동장에 여러 기구를  함께 모아 놓은 곳이 있다.

철봉, 평행봉, 허리돌리기, 역기 윗몸일으키기 등 뭐 이런 종류들인데

매일 아침에는 이슬이 내려 흥건하게 젖어있다.

다른 운동 기구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역기와 윗몸일으키기는 젖어 있으면 운동하기가 불편하다.

그런데 이 기구들 위에는 아침마다 꼭 박스가 뜯어져 길게 덮어져 있다.

내가 통과하는 시간이 매일 6시 반에서 7시 사이니까

그 이전에 누군가가 갖다 놓은 것이 분명하다.

누구든지 운동하는 사람은 편안하게 운동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아침에 젖은 것을 닦을 마땅한 것도 없고....그렇다고 박스를 구할 데도 없고...

속수무책이라 운동을 단념하고 그냥 지나치든지, 아니면 등이 젖으면서 운동을 하는 수 밖에 없는데,

누군가의 수고때문에 모두들 편안히 운동을 할 수 있다.

올려진 그 박스를 볼 때마다 그 따스한 손길을 느낀다...

눈에 뜨이지 않는 얼굴이지만 그 작은 배려에 마음까지 따뜻해 진다.

 

세상의 변화는 크고 거창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작고 하찮은 것에서 다른 이들을 편안케 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면

그 어떤 사회 개혁이나 정치적 구호 선전보다 더 큰 힘이라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친절, 배려, 양보...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아침마다 펼쳐진 박스 하나가 하루 종일을 즐겁고 고마움을 느끼며 생활하게 해준다...

나도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는 따스한 손길이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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