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명동 성당엘 갔다.
집례자와 사회를 맡은 신부의 소리는 적당한 톤으로 시끄럽지 않게 성당 안을 울렸고......
뒤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은 그 멋진 모양만큼 멋진 화음을 연주했고,
또 알맞게 조정되어 조화를 이루는 악기와 人聲의 공명이 너무 멋졌다.
각설하고...
예나 지금이나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전경들의 모습.....
바람이 몹시도 매섭게 휘몰아쳤다..정문 앞에는 공사를 해서 바람에 휘날린 먼지가 날리고...
가뜩이나 숱이 없는 내머리는 제멋대로 나풀거렸고..
그래도 오랜만에 시내엘 나왔는데...
가끔 친구들 만나러 나왔어도 저녁에 불빛만 휘황찬란할 때였고 거리를 둘러볼 여우가 없었는데
오늘은 토요일 훤한 대낮에 이리저리 휘돌아보니...
여엉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
그래도 옛모습을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은 하얀 타일을 붙인 3층짜리 명동파출소 밖에 없으니...
어느샌가 맞은편 영락교회도 큰 길 가로 나와 있고 중앙극장을 거쳐
을지로, 청계천, 종로에 이르는 길 어느 하나 옛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
망연자실.....
그래도 한때는 광화문, 종로, 명동은 눈 감고라도 다닐 수 있었는데...
상전벽해랄까, 아니면 좀 심하지만 인생무상이랄까...
자식을 여의는 그 친구의 모습은 괜히 들떠보이는 눈친데,
시어미 자리인 우리 후배는 그리 썩 기쁨만은 아닌 것 같다.(내가 잘못 보고 느꼈나?)
어쨌든 이젠 자리를 물려야 할 때인 것 같다.
거리의 모습이 변했으면 그에 걸맞는 인물들이 등장해야지...
이젠 우리 세대도 슬슬 물러나 앉아야만 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몹시도 낯설은 거리가 나로 하여금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들고 한발자국 더 뒤로 물러나게 만든다....
아.....정말 견기기 힘든
이 ㄱ ㅏ ㅇ ㅡ 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