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산천재

moonbeam 2010. 5. 8. 08:38

사실 이번 여행에서 꼭 가려 했던 곳이 남명 조식 유적지였다.

그래서 중산리로 내려온 것이고...

요즘같은 현실의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남명선생같은 분이 아닌가 한다.

높은 덕성과 심오한 학문의 경지에 달했음에도

평생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자기수양과 후진들 양성에 온힘을 쏟은 그의 생애는 누구나 본받아야 한다.

무조건 벼슬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때가 아님을 알고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성리학의 공리공론적인 이론 추구보다는 실제적인 학문의 실천을 중시한 것도 

요즘 시대와 걸맞는 사상이라 하겠다.

굳이 우국, 애국을 말하지 않더라도

정치에 뜻을 둔 많은 이들이 개인과 파당의 부귀영화와 명예, 이익에만 몰두하는 현실에

남명선생이 계셨더라면 과연 무어라고 일갈하셨을까...

 

우리 정치엔 권력만 있을 뿐 진정한 다스림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자리일 뿐이다.  

아아...우리의 정치, 사회 등 삶의 기본적인 장치를 생각하면 왜 탄식만 나올까.... 

왜 권력을 가진 자는 그것을 휘둘러야 직성이 풀리고

명예를 얻은 자는 자기 이름만을 드높이려 하는가...

부를 가진 자는 자기와 가족들만 호의호식하면 된다는 생각이고....

 

(앞에 보이는 나무는 남명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남명매)

산천재와 덕천서원은 10여년 전에도 왔었는데 

너무 혼란스러운 현실에 대쪽같은 그의 냄새를 조금이나마 다시 맡고 싶었다.  

사실 내가 심오한 남명학과 그 생애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지만

나같은 무지한 놈조차 남명 조식선생 같은 이가 그리워지는 현실이 서글프다.

 

산천재는 옛날 모습과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

주위에 공원처럼 조성하여 꾸며 놓았고 산천재 안마당도 더 넓어지고 조경도 잘 해서 보기에는 좋았으나

예스런 고풍도 반감했고 질박하지만 정갈함과 고고함은 좀 덜한  느낌이었다.

더구나 본채는 색을 새로 입혔는지 영 정감이 가지 않았다.

세상의 명리를 초탈한 탈속적인 고아함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툇마루에 앉아도 보고 잔디 위에 드러누워 보고,

한참을 배회하며 선생의 자취를 훑었으나 좀처럼 요즘 인물들과는 상이 접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두류산을 무릉도원으로 보고 매일 천왕봉을 보며 만년을 보낸 그는 유학자이면서도 도학에도 큰 관심을 두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하긴 탈속한 선비의 경지가 학문의 갈래가 무엇이든 무슨 얽매임이 있으랴.

한꺼풀 벗고 넘어서면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을....

 

자기만 옳고 다른 것은 모두 사이비로 몰아치는 편견과 아집에 싸여 있는 요즘 정치인들은

 아직도 덜 닦여 있음과, 내공이 부족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남의 의견을 인정하는 것이 지는 것은 아닌데...(진다고 생각하니 소인배요..)

내 뜻만 관철하는 것이 힘이요, 멋진 일만은 아닌데...(무조건 밀고 나가니 한심한 모리배요..)

아직도 유아기적으로 자기 집착과 주장만 강한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한심하다.

어느날 남명선생이 나타나 어느놈 할 것 없이 모두다 싸잡아 자루에 담아와서

이 지리산의 넓은 품속에 던져 두면 그놈들이 그 뜻이나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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