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미가 정갈하게 갈무리해뒀던 떡쌀을 부엌에서 씻을 때 지아비는 마당에 떡판과 떡메를 준비한다.
지어미가 찐쌀을 솥에서 퍼내오면 그때부터 불끈불끈 지아비의 힘자랑이 시작된다.
쿵쿵…. 어느 집 소리가 더 큰가?
지아비는 내리치고 또 내리쳐 쫀득쫀득 친떡을 만든다.
이제 또 지어미가 나설 차례.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올라오는 뜨거운 친떡을 한주먹만큼 떼어내 가래떡을 만든다.
바람은 차가워도 뜨거운 친떡을 만지는 손은 불에 덴 듯 화끈거리니 찬물 옆에 떠놓고 손 담가가며 쭉쭉 늘인다.
그렇게 만든 가래떡이 식어서 굳으면 칼로 어슷하게 썰어 떡국 떡을 만드는 것도 물론 지어미 몫이다.
설날이 열흘 남짓 남았다. 예전 이맘때 집집마다 펼쳐졌던 풍경이다.
요즘은 쌀만 방앗간에 갖다 주면 씻어서 쪄서 가래떡을 뽑아 썰어주기까지 한다.
슈퍼에 가면 아예 떡국 떡이 포장돼 나와 있으니 떡쌀을 갖다 줄 수고도 필요가 없겠다.
추운 올 겨울, 설날 아침 가족들에게 따끈한 떡국을 끓여 줘 마음만이라도 푸근하게 만들어주자.
떡국 떡은 모두 어슷비슷하니 떡국의 맛은 국물에 딸린 셈이고, 모양은 고명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국물 맛은 어떻게 내는 것이 좋을까.
서울 명동 세종호텔의 한식뷔페 ‘은하수’ 박초로 주방장은 “떡국 국물로 사골육수도 쓰지만 멸치육수가 담백하다”면서
“이번 설에는 굴을 넣어보라”고 권했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라는 것.
떡도 우리에게 익숙한 엽전 모양의 떡 대신 조랭이떡을 써보라고 추천했다.
조랭이떡은 개성식으로, 지름 1㎝ 안팎의 동글동글한 것이 위아래 붙어 있어 눈사람 모양이다.
조랭이떡이라는 이름은 조롱박과 비슷해 붙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조랭이떡도 슈퍼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조랭이떡국도 보통 떡국과 마찬가지로 고명을 얹어 멋을 낸다.
박 주방장은 “굴을 넣었으니 흔히 쓰는 쇠고기 고명은 생략하고, 달걀, 황백지단과 김을 곱게 채썰어 고명으로 올리라”고 말했다.
‘초보 며느리’들이 떡국 준비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황백지단 붙이기.
박 주방장은 “코팅이 잘된 사각 프라이팬을 마련하고 흰자 손질만 잘하면 100% 성공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 주방장은 “떡국상에는 생선보다는 물김치 등 야채류가 잘 어울린다”고 일러 준다.
그가 추천한 것은 청경채겉절이, 건살구호두조림과 김장김치다.
산뜻한 청경채겉절이는 이맘때면 김장김치에 살짝 물린 입맛을 되돌려줄만하고,
건살구호두조림은 야채 위주식단에서 부족할만한 필수지방산 등 영양 보충에 도움이 된다고.
박 주방장의 도움말로 굴조랭이떡국과 곁들일 찬 만드는 법을 알아본다.
◎이렇게 만드세요
■굴조랭이떡국
<재료> 조랭이떡 600g, 생굴 300g, 건새우 ½컵, 다시멸치 10마리, 계란 2개, 김 ⅔장, 국간장 4큰술, 다진마늘·소금·후추 약간씩
<만들기>① 조랭이떡은 물에 불려 놓는다.
② 생굴은 깨끗이 손질해서 물기를 빼서 놓는다.
③ 건새우와 다시멸치는 내장을 없애 손질해 놓는다. ④ 계란은 황백지단을 부쳐 채썰어 놓는다. 김도 가늘게 썰어 놓는다.
⑤ 적당량의 물이 끓으면 건새우와 다시멸치를 넣고 5∼7분 끓인 뒤 건더기는 건져낸다.
⑥ 끓는 육수에 조랭이떡을 넣고 익으면 생굴을 넣어준다.
⑦ 국간장, 소금, 다진 마늘, 후추 등으로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춘다.
⑧ 준비된 그릇에 떡국을 넣고 고명을 보기좋게 얹는다.
■나박김치
<재료> 무 ⅔개, 배추 100g, 육수(물 1½컵, 대파 ½뿌리, 쪽파 2뿌리, 양파·청고추 ½개, 사과 ⅔쪽, 배 ⅛쪽, 마늘 4개, 오이 ⅓개,
생강 작은것 1쪽, 찹쌀풀 ⅓컵, 고운고춧가루 1큰술)
<만들기> ① 무, 배추는 2×2×0.2 ㎝ 크기로 잘라 소금에 절인다.
② 물에 고춧가루를 푼다.
③ 육수의 나머지 재료들을 망에 싸서 고춧가루물에 넣고 절인 무와 배추를 넣어 하루 정도 익힌 뒤 먹는다.
■청경채 겉절이
<재료> 청경채 140g, 쪽파 2뿌리, 참기름·참깨 1작은술씩, 양념(멸치젓국 1½큰술, 다진생강 ½작은술, 다진마늘 1큰술,
새우젓 1작은술, 굵은고추가루 ½컵, 설탕 ¼큰술, 찹쌀풀 ⅓컵
<만들기>① 청경채는 잎이 큰 것은 2등분하여 깨끗하게 씻어 놓는다.
② 쪽파는 5㎝ 길이로 자른다.
③ 양념의 재료들을 한데 담아 잘 섞는다.
④ 준비해 놓은 청경채와 쪽파를 양념장과 참기름, 통깨를 넣고 무친다.
■건살구.호두조림
<재료> 건살구·호두 50g씩, 물·물엿 ½컵씩, 소금 1작은술
<만들기> ① 호두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떫은맛을 없앤다.
② 물에 물엿과 소금을 넣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조린다.
③ 데친 호두와 살구를 ②에 넣고 윤기 나게 볶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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