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펌)

겨울에 걷기 좋은 길 4

moonbeam 2012. 1. 10. 20:17

경기 성남 남한산성
회색 돌담 쓸쓸한 산길

흥한 나라 유적지는 ‘관광객’이 가지만 망한 나라 유적지는 ‘상념객’이 간다고 했다.

천년 고도 경주만큼이나 비극적 패자 백제의 부여가 좋은 이유도 그래서다.

수학여행을 갔다면 볼품없다고 실망했겠지만, 마흔에 다다르니 유적지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힌다.

남한산성이 그렇다. 그저 애잔해서 좋다. 청나라에 항복한 왕의 아픔이 알알이 박힌다.

겨울엔 나뭇잎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 성곽이 더욱 도드라진다.

색이 지워지면 산성의 앙상한 뼈대가 드러난다. 그걸 따라 걸으며 느끼는 쓸쓸함을 권한다.

평소의 남한산성길이 수채화라면 겨울 남한산성은 수묵화나 판화다. 거칠게 칼질한 판화 같은 느낌의 길.


제주 비양도 섬바람길
바닷바람 부는 고즈넉한 돌해변

제주도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협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간다.

여기는 혼자 가는 게 좋다. 동행자가 있으면 오히려 번잡하다.

제주도는 육지를 기준으로 하면 비주류다.

그 제주에서 한 번 더 마이너의 시선으로 고독을 응시하려면 겨울 비양도가 제격이다.

바닷바람이 좀 차겠지만, 그래도 남쪽 바다여서 못 견딜 추위는 아니다.

이 섬을 걸으려면 아침 배를 타고 들어가서 오후 배로 나오는 시간이면 적당하다.

작은 섬이라 여기저기 에둘러가며 올라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내려와서는 꼭 보말죽을 먹자. 왜 꼭 먹어야 되는지는, 먹어보면 안다.

추천_고재열(시사IN 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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