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16일. 조선일보 기사 중에서
우리의 삶의 어떤 모델이 아닐까???
우리 어머님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찬송가....내 영혼이 은총입어.
사진 맨 오른쪽이 우리 엄마(이상명 할머니)....
70~80대 할머니 여섯이 모여 사는 이 아파트는 ‘어떻게 늙을 것인가’란 물음에 해답 하나를 던져주는 ‘공동체 사랑방’이다. 이순득(81)·유경자(80)·이상명(76)·권용규(75)·이명화(75)·안효구(74) 할머니는 모두 경북 경주·안동·영천 등지의 고향 친구들로, 지난 1969년부터 만나 친해졌다. 다들 외아들을 두었고 남편과 사별했다. 권택숙·김중한 할머니까지 애초 8명이었으나 지난 95년과 올해 7월 먼저 저세상으로 떠났다.
“70년부터 월 2500원씩 곗돈을 모았어요. ‘노후에 같이 살자. 아무리 효자라도 늙은 부모 모시기 힘든 시대가 올 게다’ 하고 생각했죠. ” 여덟 할머니는 곗돈으로 ‘재테크’를 했다. 82년 가락동 시영아파트를 840만원에 사서 세를 놓았고, 95년에 팔아 이 25평짜리 아파트를 샀다. 그해 가을 이곳을 사랑방으로 삼고 ‘벗과 더불어 사는 집’이라는 뜻의 ‘이우당(以友堂)’이란 이름도 붙였다. 아파트 현관엔 권용규 할머니의 밭사돈이 직접 쓴 현판을 걸었다. 다들 아들네 집에 거처가 있어도 토요일엔 어김없이 이 집에 모인다. 평일에도 두어 명씩은 늘 있다. 모여서 칼국수도 해먹고 호박전도 부친다. 심심풀이 윷놀이도 한다. 무릎이 성한 할머니들이 장을 봐 오면 다른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거나 설거지를 한다.
“주말에 늙은이가 집 지킬 일 있어요? 아들네도 저희끼리 좀 있어야죠. ” 가까이는 중계동, 멀리는 수지에 사는 할머니들은 아들·며느리랑 불편해질라치면 ‘이우당’으로 쌩 달려온다. “모여서 며느리 흉 좀 보다보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고 했다. “그래도 결론은 늘 ‘네 며느리 같은 사람 없다’예요.”
할머니들은 그러나 이 집 주인이 아니다. 지난 95년 9월 입주와 동시에 할머니들은 장애인 복지시설인 ‘임마누엘 재활원’에 이 집을 기증했다. 조건은 단 하나. 다들 세상 떠나고 두 사람 남았을 때 넘기기로 했다. 할머니들과 재활원측이 맺은 ‘조건부 증여에 따른 합의계약서’에는 “양도인들은 아파트를 증여하되 계속 점유 사용하고, 8명 중 6번째 사망자의 사망 익일에 점유사용권을 잃는다”고 명시돼 있다. “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기증이 너무 늦어지잖아요. 둘만 남으면 이 집이 너무 썰렁할 것 같기도 하고….” 70년 첫 계모임 때부터 회장을 ‘장기집권’ 중인 권용규 할머니의 말이다. 누군가 “두 사람만 남으면 반씩 나눠 가질까 봐 그렇지”라고 말해 다들 또 깔깔 웃었다.
‘임마누엘 재활원’ 김경식(48) 목사 역시 하반신을 못쓰는 1급 장애인이다. 그는 가끔 이우당에 전화를 걸어 “집 주인입니다. 몇 분 남으셨습니까” 하고 농을 건다. 그러면 할머니들은 “아직 다들 쌩쌩합니다” 하며 또 웃는다. 김 목사는 “기증 날짜 걱정 마시고 오래오래 사시라”며 “다들 돌아가셔도 팔지 않고 장애 노인들을 이 집에 모시고 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할머니들은 수십년 모은 곗돈으로 조그마한 콘도도 마련하고 봄·가을이면 전국 관광지로 놀러 다닌다. 91년엔 발리에 9박10일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자식들한테 손도 안 벌렸단다. 요즘 할머니들은 “다음은 누가 세상 뜰까” 하는 게 화제다. 심장이 안 좋다는 유경자 할머니가 “내가 3번이야”라고 하니까, 위암 수술을 받았던 이순득 할머니가 “내가 4번” 하고 받았다. 권용규 할머니와 이상명 할머니는 서로 “내가 8번”이라며 웃었다. 왁자지껄 웃는 사이 오후 해가 넘어가는데, 이명화 할머니가 “오늘은 특별메뉴”라며 삼계탕을 푸짐하게 담아 내왔다. ( 한현우기자 3Dhwhan@chosun.com">hwha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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