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후박나무

moonbeam 2012. 6. 22. 10:11

 

후박나무는 이름 그대로 푸근해서 좋다.

이파리도 넓어서 그늘을 즐기기에도 좋고

꽃이 피면 짙은 향기가 스며나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특히 저녁 어스름 무렵의 향내는 땅바닥으로 깔리면서

주위를 환하게 비추기까지 한다.

 

천마산 중턱에서 만난 후박나무 갈라진 틈 사이에 다른 식물이 둥지를 틀었다..

그 좁은 틈에 뿌리를 내린 놈의 생명력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후박의 그 너름이다.

나 혼자만 잘 살겠다는 이기심도 아니고

나 혼자만 독야청청하리라는 고고함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마음...

기꺼이 옆자리를 내어주는 배려...

 

상대적으로 나는 너무 이기적이 아닌가...

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 내자리를 만들려 하고

누군가 오는듯하면 철저히 담을 쌓아 못들어오게 하고...

내것만 다하고는 나만 즐기는 것이 여유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너무나 이기적인 내가 아닌가...

작은 풀의 기생이 아니라 자리를 내준 후박의 공생이기에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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