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성류굴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봤다.
떠오르다가 바로 사라져 카메라에 정확히 잡지 못했지만
눈으로는 팔뚝만한 그 형체를 똑똑히 봤다.
그 캄캄한 동굴속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 왔을까...
눈은 이미 퇴화되어 그냥 하얗게 보이지만
그래도 살아 꿈틀대는 끈질긴 생명력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생명력이야 놀랍다지만...우리는 어떤가...
우리도 저 물고기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하면서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미 퇴화되어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보인다고 믿고
억지로 우기며 살고 있지나 않은가...
수업시간마다 들어가서
눈을 이미 잃어버렸다고 느껴지는 애들을 대할 때
동굴속의 물고기를 보는 것 같아 참 슬프다.
끈질기게 떠들어대고 장난을 치며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지만
정작 자신의 삶의 현실이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아니 더 큰 문제는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아무것도 볼 수 없이 하얗게 변해버린 애들의 눈을 생각하면
정말 우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