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퇴화된 눈

moonbeam 2012. 8. 30. 11:09

 

울진 성류굴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봤다.

떠오르다가 바로 사라져 카메라에 정확히 잡지 못했지만

눈으로는 팔뚝만한 그 형체를 똑똑히 봤다.

그 캄캄한 동굴속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 왔을까...

눈은 이미 퇴화되어 그냥 하얗게 보이지만

그래도 살아 꿈틀대는 끈질긴 생명력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생명력이야 놀랍다지만...우리는 어떤가...

우리도 저 물고기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하면서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미 퇴화되어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보인다고 믿고

억지로 우기며 살고 있지나 않은가...

 

수업시간마다 들어가서

눈을 이미 잃어버렸다고 느껴지는 애들을 대할 때

동굴속의 물고기를 보는 것 같아  참 슬프다.

끈질기게 떠들어대고 장난을 치며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지만

정작 자신의 삶의 현실이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아니 더 큰 문제는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아무것도 볼 수 없이 하얗게 변해버린 애들의 눈을 생각하면

정말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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