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8월 8일 회룡포

moonbeam 2012. 8. 15. 23:11

번잡한 도회지가 아닌 시골스러운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다.

시간이 옛날로 멈춰 있는 곳

야트막한 지붕이 모여 있는 곳

스카이 라인도 낮고

나자신도 저절로 낮아지는 곳을 어슬렁거려 보고 싶었다...

기름집, 술도가, 텅빈 驛舍, 많이 알려진 용궁 순대도 질겅거리며 씹어도 보고

시원하게 국물도 소리내며 마셔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애들은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지..

장안사 뒤로 올라가 회룡대에 올랐다.

물이 휘돌아 나가는 곳

용이 꿈틀대며 움직거리는 곳

육지 안의 섬...

회룡대보다는 전망대 바로 아래에서의 조망이 막힘이 없어 훨씬 좋다.

물이 휘돌아 나가는 물돌이, 河回

멀리 높낮은 산들이 둥글게 자리를 잡고

너른 모래밭을 만들며 용이 살아 꾸무럭대는 이름도 용궁면....

저 아래에는 뿅뿅다리가 길게 자리를 잡고

부드럽고 고운 모래는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비룡산을 내려와 뿅뿅다리로 간다.

가는 길엔 세계곤충축제를 알리는 벽화가 이어져 있다.

선 하나 긋는 것으로, 색 하나 더함으로

 모형 하나 붙임으로 마을의 분위기는 바뀐다.

화려한 꾸밈이 아닌 감각있는 더함으로 우리 삶도 더욱 풍성해질 수 있지...

 푸르름으로 가득찬 논에는 벌써 이삭이 패고

이름도 모르는 작은 꽃들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람을 즐기며 춤을 추고 있다. 

 뿅뿅다리 위에서 맑은 물도 내려다 보고, 출렁대며 장난도 쳐보다

삼강주막으로 가는 길에 오래 된 회화나무를 만났다.

君子木이라 하여 班家에 많이 심었다는데 이처럼 큰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조용하고 호젓한 강가의 주막을 상상하고 삼강주막으로 갔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슨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조용함과는 거리가 먼 시끄럽고 정신없는 요란한 소음만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주모의 육자배기 가락을 기대하고 갔지만 국적불명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춤과 노래를 요구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물가의 모래들까지 곤두서게 만들고 있다.

부추전, 냉잔치국수, 육개장국밥을 얼른 먹고 쫓기듯 주막거리를 빠져 나왔다.

허겁지겁 먹은 음식이 주린 배는 채웠지만 가슴 한 구석은 채워지지 못하고 텅 비어가는 느낌이다.

 

어느새인지 우리나라 전체가 흥청거리는 축제의 장으로변해 버린 것 같다.

지자체마다 축제를 여는 것이 겉으로 보기엔 흥청거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보고가 많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특성을 드러내 보이는 축제가 아니라

어디에서나 똑같은 프로그램과 얄팍한 상혼만이 판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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