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산을 넘어 하나고등학교 옆으로 내려가면 바로 횡단보도가 있다.
진관사 입구로 들어가 기자능선이란 팻말을 따라 가면 산길로 접어 든다.
바로 건너편엔 으리으리한 한옥이 여러 채 자리잡고 있다.
한옥이 들어선 자리가 등산로였는데...
템플스테이가 유행이 되어서 너나 할 것 없이 숙소(?)를 짓는 시류에
진관사도 빠질 수 없었으리라...
비구니 수도 도량으로 조용하고 편안한 절..
꽃이 예쁘게 피고 잘 가꿔진 절...
내가 생각하던 모습은 그만 깨져 버리고 말았다.
좀 과장해서 경회루만한 건물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주위에 두어 채 더...
그 웅장하고 멋짐에 저절로 탄복을 쏟아내겠지만
허망하게 느껴짐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가파른 산길을 올라 서니(이쪽은 옛날엔 길도 없었고 개울 옆이라 출입금지였다)
산을 깎아 새로 길을 낸 흔적이 보여 한숨이 새 나온다.
영혼의 안식이나 요즘 유행하는 치유가 꼭 넓고 편안한 곳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이 분명한데...
성경에 작은 믿음이 산을 움직인다는 구절이 있는데
佛事가 산을 움직인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생각하니
픽하고 웃음만 새 나온다...
한참 올라가 중턱 쯤 가니 옛 등산로로 이어진다.
진관사부터 계속해서 올라가는 길이라 땀도 많이 흘러 내리고 다리도 팍팍하다.
힘은 들지만 일단 오르고 나면...
아 아...
오를 때마다 느끼지만 기자촌 뒷산 이 너럭바위는 참 대단하다.
정상부가 통째 하나로 이뤄져서 영혼과 육체가 탁 트여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 것만 같다.
멀리 백운대도 보이고...
이 감격, 통쾌함을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을까....
살며시 엎디어 뺨을 대본다..따뜻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산들을 많이 돌아 다녔지만
그리 높지도 않은 곳에서 이렇게 장쾌한 느낌을 받을 곳은 별로 없다.
이 맛, 이 기분 때문에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물개바위? 거북바위? 아래로는 고압선이 지나 간다...
내리다 만난 옛집...괜히 정겹다.
옛날 아침종점 근처가 아닐까...
황량함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터인데..
아마도 공사 현장 사람들의 임시숙소로도 쓰일 만하다..
기자촌의 지금과 옛날 모습...각도가 딱 맞진 않지만...
저 집들과 골목골목에 참 많은 이들의 삶이 있었는데...
집이 없어지면서 삶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진 건 아니겠지...
직원회의 시간 때문에 빨리 돌아가야만 한다...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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