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노고산

moonbeam 2014. 10. 25. 17:52

 가까이 있으면서도 노고산에 처음 올랐다.

옛날 예비군 훈련 받으러는 가끔 산아래 부대엘 갔지만...

흥국사로 가다가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마을회관 옆 샛길로 올랐다.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길은 없고 수북히 쌓인 낙엽들을 밟으며 천천히...

낮은 등성이를 올라가자 노란 띠가 보인다.

아...많은 이들이 이리로도 갔었구나...

길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아무도 없는 길을 조용히 간다.

사람이 없어서 더욱 좋다.

오르다보니 유격장 비슷한 것도 보인다.

하지만 훈련을 하기엔 너무 약한듯..

부서진 철탑도 보이고...

노고산은 토산이라 발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워 좋다.

조금 더 올라가자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멋지다..

북한산은 참 멋지다.

어느 방향에서 보든 웅장하고 우람한 자태...빠지지 않을 수 없구나..

노고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다.

물론 그 아래에는 부대가 여럿이 죽 이어져 있다.

한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어 힘도 들지 않아 좋다.

그러나 이 날의 실수는 정상 이후에 이어진 산행이었다.

정상에 있는 부대를 돌아 뒷편으로 넘어 간 후

성에 차지 않아 산을 헤매다 보니 저 멀리 장흥으로 내려 가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가니 기분은 좋은데 한편으론 모르는 길이라 힘이 너무 들었다.

오르락내리락을 몇 번 씩이나 되풀이 하다 겨우 장흥 쪽으로 내려갔는데

가다보니 어느 집 뒤...

당황하여 주인인듯한 아저씨에게

'아이구 무작정 내려오다 보니 길이 아닌 집으로 내려왔네요'하니

맘씨 좋은 아저씨는 '괜찮습니다. 사람이 가면 길이지요'하며 웃는다.

넉넉한 마음의 아저씨로 말미암아 지친 몸이 가뿐하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니 그 날의 힘듦이 다시 생각난다.

그래도 노고산에서 예쁜 꽃들을 제법 만났다.

물론 정상 전에 찍은 것...정상을 돌아서는 거의 정신이 없었으니..ㅎㅎㅎ

산에서 처음 만난 용담꽃. 그때 기분은...

가을산의 신사 구절초...

요즘 산에서 흔히 보이는 꽃향유..제철인가 보다.

작은 놈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산국...

날렵한 쑥부쟁이...


길을 몰라 헤매며 지쳤지만 그래도 기분은 최상인 하루...

다음엔 정상까지만 가뿐히 갔다 와야지...

2014.10.18


'우왕좌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아....백운대  (0) 2014.10.30
원효봉  (0) 2014.10.27
태기산 정상  (0) 2014.08.02
응봉능선  (0) 2014.07.15
학교에서 집까지 탐색  (0) 201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