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봉에서 북문으로 내려와 상운사 앞을 거쳐 삼거리에 다다른다.
이정표와 함께 벽돌을 쌓아 놓은듯한 바위를 만난다.
북한산의 바위는 대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처럼 기왓장처럼 쌓인 적층 형태는 드물게 보인다..
어쨌든 재밌게 생긴 바위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이 소망의 돌들도 올려 놓았다.
여기서 다시 오르면 백운대...
여기부터는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
여우굴 구간은 즐겨 다니던 길인데 출입금지라 아쉽다.
쉬지않고 팍팍한 다리를 놀려서 위문에 다다른다.
평일인데도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이들이 많다.
나처럼 홀로 산행은 없고 모두들 단체로 몰려 숨을 내뱉고 있다.
앞에서 걸리적거리니 자연 내 걸음도 처질 수 밖에....
짜증도 나고...옆으로 마구마구 달려 앞지른다.
뒤도 신경 쓰면서 앞을 내줄만도 한데 무조건 자기 길만 간다.
요즘 성공하는 이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 이들인가...
가끔 뒤돌아 보며 길도 내주고 올라온 여정도 되돌아 보며 경치도 감상하는 여유가 아쉽다.
오로지 성공과 출세에만 매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산에서도 볼 수 있다니...
요즈음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는 등산 스틱이다.
등산스틱은 장거리 산행에서 내려올 때 부상을 방지 해주는 중요한 도구이긴 하지만
하루 몇 시간 올라 갔다 내려올 때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필수적 장비로 알고 장검처럼 마구 휘두르는 것을 보니 참 씁쓸하다.
게다가 북한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인데 스틱으로 탁탁 찍는 소리도 매우 거슬린다.
화강암은 뭉쳐 있을 때는 단단하지만 풍화와 침식도 아주 잘되는 성질이다.
찍힌 바위는 아무도 모르게 조각나 떨어져 나갈 수 밖에....
바위도 찡그리며 한숨을 토하고 비명을 지른다. 바위 뿐이랴 흙도 마구 패이고 들쳐진다.
등산로 주위의 바위들은 스틱으로 찍히고 할퀴어진 상처 투성이다.
더 위험한 것은 오를 때 무심코 뒤로 죽 내차는 것이다.
경사로에서 뒤로 밀면 바로 뒷사람의 얼굴을 강타한다.
내려갈 때도 뒷사람의 무릎을 찍기도 하고...
제발 산에서 스틱 소리 좀 안들었으면 좋겠다.
위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아수라장이다.
쇠난간을 잡고 비명을 지르는 이, 양보도 없이 느릿느릿 무조건 제 길만 가는 이(빨리 빼주면 말도 안한다)
갑자기 멈춰서 ‘야 멋지다’ 탄성을 연발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
줄줄이 늘어서고, 소리 지르고...아아...내가 왜 왔나...
결국 쇠난간을 포기하고 바위를 타고 앞지른다. 속은 타고 상쾌 통쾌함은 간 곳 없고...
백운대 정상은 또 어떤가...저마다 소리 지르고 몰려 다니며 사진 찍느라 또 난리...
잘못하면 좁은 정상에서 밀려 넘어질 수도 있겠다...에이 얼른 내려가자...
그 틈을 비집고 어렵게 셀카 한 장 찍고 하산...
역시 줄줄이 밀려 내려가는 상황...
평일 오후에 어디서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왔을꼬...
위문 주변에는 이미 돗자리를 깔고 즐거워 하는 이들로 입추의 여지도 없다...아아...
먹고 노는 것이야 즐거울수록 좋고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벌건 대낮부터 술추렴이라니...
더구나 이 멋진 정상부에서....
그 꼴을 보기 싫으면 내가 빨리 내려 가야지..
탁탁 찍는 소리들을 뒤로 하고 발을 재게 놀려 거의 달리다시피 내린다...
아...즐겨 다니던 여우굴 쪽 길을 폐쇄만 하지 않았으면 아무도 없는 그리로 갈텐데..아쉽다..
아니지 그길도 열렸으면 또 모두 몰려서 줄잡고 아우성치며 난리겠지..ㅜㅜ
산은 멋지고 아름답지만 사람들이 몰려 다니며 돗대기시장을 만들었다.
매일이 이렇다면 백운대도 제 맛과 멋을 잃어버리고
또 다시 오르고싶진 않다.
멋진 만경봉에도 사람들이 오물조물...
멀리 보이는 도봉산 줄기....
노고산에서 본 북한산
내리면서 본 백운대
예쁜 단풍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