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원효봉

moonbeam 2014. 10. 27. 09:39

원효봉은 해발 505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전망이 아주 좋다.

효자리에서 출발하면 천천히 걸어서 15분이면 시구문에 도착한다.

계속 경사로를 오르기 때문에 산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때쯤이면 쉬어야 한다.

약간 숨을 고르고 계속 경사로를 오른다.

왼쪽에 무너진 산성이 보이고 뚫린 구멍(?)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다.

또 15분 정도 계속 오르면 원효암에 도착한다.

작은 암자에선 독경 소리가 은은히(?) 들린다.

요즘 절에서는 대개 녹음된 불경 낭독이 들리는데...

그저 작고 낮지만 직접 불경을 외는 소리가 들리면 더 좋을텐데...

아쉽다..

때론 낭랑하게, 때론 쉰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리는 소리가 그립다..

 

원효봉에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좋다.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국망봉), 노적봉이 또렷이 눈에 들어 온다.

바로 앞으로는 단풍 코스로 낯익은 의상봉 능선이 바로 눈에 들어 오고

그 뒤로는 대남문에서 문수봉, 사모바위, 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전망은 아주 좋다.

 

효자리 쪽이든 대서문 쪽이든 어디서나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다만 계속되는 경사에 지칠 수는 있지만

산행을 제법 다닌 사람이라면 힘들이지 않고 짧은 시간에 탁 트임을 맛볼 수 있다.

 

원효봉 정상에 있는 너른 바위 곳곳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밥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담소를 즐긴다.

그러다보니 정상에는 고양이 무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실은 이놈들에게 먹이를 주면 안되는데

사람들이 재미로 먹이를 던지다보니 아예 터줏대감이 된 것 같다..

 

원효봉에서 一望無際를 맛보고 북문 쪽으로 내린다.

사실 북문은 산성의 동서남북을 지키는 큰 문의 하나다.

대동문, 대서문, 대남문 그리고 북문...

 

문 위의 누각은 없지만 '대'자가 붙은 다른 문과 마찬가지로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게 축조되었다.

그래도 누각을 제외한 문의 대부분이 남아 있어 보기에 좋다.

 

대서문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본 원효봉...

산도 그렇고 모든 것은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같은 사물이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고..

그렇게 본다면 어느 것 하나도 참모습을 알기도 어렵고...

저마다 '소경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다른 판단을 하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가장 진면목에 가까운 판단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물론 주관도 배제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느낄 수 있는 안목을 가진다는 거...

참 어렵다...참 힘들다...

백운대에서 본 원효봉...

뒤로 의상봉 능선, 멀리 비봉 능선이 보인다.

 

2014.10.22

 

'우왕좌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아...지리산...아아...천왕봉  (0) 2014.11.16
아아....백운대  (0) 2014.10.30
노고산  (0) 2014.10.25
태기산 정상  (0) 2014.08.02
응봉능선  (0) 201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