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응봉능선

moonbeam 2014. 11. 25. 22:05

은평뉴타운 안에 있는 김밥전문점에 갔더니 월요일은 휴무란다.

어쩔 수 없이 무작정 걸어서 삼천사 입구로 간다.

삼천리골에 음식점이 몇 개 있는데 들어가 물어보니 혼자 요기할 것은 없단다.

파전이나 메밀묵 아니면 술안주나 있고...

할 수 없이 다시 돌아 내려오니 아침밥 된다는 문구가 보였다.

들어가 물어보니 해장국은 안되고 칼국수만 된단다..

감지덕지지...

묵은 김치와 무채..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다 먹고 나오려니 식구들 먹을 밥상을 차린다.

반찬도 여럿 있고 해서 '아...나도 그냥 이렇게 주지 그랬어요...'하며

말을 건네자 아주머니 왈 '그건 2인분 이상 나오는 거에요'

정이 확 떨어진다...

그냥 웃으며 '아..그러셨어요. 그냥 우리 식구들 먹는 거라서'했더라면

다음에 꼭 갈 맛집으로 소개될 뻔 했는데...

어쨌든 배를 채우고 출발...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반...

밥 때문에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이 너무 흘렀네..

삼천사 아래에서 오르는 응봉능선은 처음부터 가파르다.

6,70도의 경사가 계속 이어진다.

다리가 팍팍하다. 숨이 찬다.

그래도 꾸준히 오른다. 늘상 있는 일이니까...

사모바위로 가는중 세 번 정도는 치고 올라야 한다.

힘은 들지만 재미있다.

오를 때마다 안계는 넓어지고 달라진다.

그 중 첫 난관...

오른쪽 바위를 밟고 왼쪽으로 치고 오른다

널찍한 바위 위에서 펼쳐지는 조망..

아래로 한옥마을과 왼쪽으로는 기자촌 아랫쪽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의상봉 능선...둥근 것이 의상봉, 우똑 솟은 용출봉...

앞쪽으로는 멀리 사모바위는 보이지 않고 비봉능선이 보인다.

왼쪽 앞으로는 의상능선이 이어지고 끝부분에 문수봉, 보현봉이 보인다.

등산로 양 옆 부드러운 흙이 있는 부분에는 마구 파헤쳐진 곳이 자주 보인다.

아마도 멧돼지가 마구 파댄 것이 아닐까...

두 번째 난코스..

잘 살펴서 지그재그로 길을 찾으면 된다.

뭐 바로 치고 올라도 상관은 없다.ㅋㅋㅋ

오른쪽으로는 진관사계곡 건너편 작은 노적봉이 보인다.

마치 퉁퉁한 사람의 얼굴 모양...

세 번째 직벽코스..

쇠난간을 잡지 않고 살살 오르면 더 재밌다.ㅎㅎㅎ

벼랑 틈새에 뿌리를 벋은 작은 소나무가 가끔 보인다...

강인한 생명력...

너른 바위에서 지나온 길을 본다...

내 삶의 길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이제서야 백운대와 만경대 그리고 노적봉이 확실히 보인다...

돼지 모습을 한 바위..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여기서는 돼지머리고기를 먹어야 하나...

재밌는 암릉길...우회로도 있지만 바로 치고 오르는 것이 기분이 더 좋다..

인간의 발자취는 무섭다..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나갔을까...

이 단단한 바위에도 걸어간 흔적을 남기다니...

비봉의 웅장한 모습도 바로 보인다.

멀리 노고산도 보이고...바위 위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들...

사모바위. 항상 사람들이 많이 모여 떠드는 곳이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울긋불긋 옷으로 단풍을 만든 와자지껄한 사람들이 보인다.

진관계곡으로 내려오며 보는 응봉능선의 다른 모습..

꽤 멋진 바위산이다..

진관사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잘못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어딜 가나 인간의 소원이 서려있지 않은 곳은 없다.

무에 그리도 원하는 것이 많은지...

길은 내가 아주 사랑하는 코스인데 오늘은 아예 계곡으로 내려가 걷는다.

캐녀닝이라 해야 하나?

가물어서 수량이 그리 많진 않지만 맑은 물이 흘러서 기분도 좋다.

늘상 다니던 벼랑 위의 길이 아득하게 보인다. 

진관사 바로 앞 고목은 자기의 몸속에 다른 생명을 품어 키운다..

진관사의 불사도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그냥 있던 그대로 고즈넉하게 제자리를 지키면 안되는 건가...

아쉽다...

하긴 나라 전체 모든 분야에서 자본이 제일 우선이니...

학교든, 종교든...

가장 돈과 멀어져야 할 것들이 더 앞장 서서 자산 축적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 나라가 장차 어디로 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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