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두동교회 2015.01.29.

moonbeam 2015. 2. 10. 09:57

언제부턴가 우리는 크고 화려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멋지고 큰 건물에 드나들면 스스로도 기분이 좋고,

작고 초라한 교회에 드나들면 부끄럽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주님의 몸된 성전을 이렇게 보잘것없이 만든 것에 대해

죄책감에 사로 잡혀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참회의 눈물만 흘려야 하고...

그러다보니 금가락지도 팔고 내 집도 팔아 성전을 건축하는 일을

생애 최대의 과제로 생각하고 그 일에 매진하게 되고...

물론 크고 아름다운 성전을 만드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너무 외향적인 것에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안으로 안으로 더 처절하게 뉘우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쪽으로

교회의 방향이 바뀌어져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주님이 바라는 것은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경건하면서도 사람이 넘치는 그런 곳이 아닐까...

작고 보잘 것 없는 교회, 마치 여염집처럼 눈에 뜨이지도 않는 교회...

익산시에 가면 그런 아담한 교회가 있다.

'ㄱ'자형 교회. 두동교회.

교회는 1923년에 설립했고 이 건물은 1929년에 세웠다.

교회 명칭에 관해서 일설에는 두 개의 건물을 합쳐서 두 동이라 했다고 하지만

이는 낭설인 것 같다.

이 동네의 이름이 두동리인데 교회 이름을 따라 동네 이름이 지어진 건 아니지...

이 동네의 옛이름이 세 면이 막히고 한면만 열린 '막골'이니

막을 杜 자를 써서 杜洞이라 했고 동네 이름을 따서 두동교회라고 했음이 타당하다. 

어릴 적 다니던 북아현교회에도 이런 종루가 있었지...

이미 거의 모든 교회에서 종루는 사라지고 종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진정한 마음의 종소리를 울릴 수 있는 교회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은 번듯한 2세대 성전이 있고 그 앞에는 잘 지은 교육관도 있다.

작은 마을에 이렇게 제법 큰 교회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한국 초대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건물을 'ㄱ'자 형으로 지은 것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의 지혜다.

전통적인 남녀유별의 관습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신앙을 받아 들인 곳.  

강단을 중심으로 남녀 성도의 좌석이 분리되어 있다.

초기에는 여자 쪽은 강단과도 휘장을 쳐서 막았다고 한다.

남녀 좌석은 넓이가 똑같아 남녀 평등의 정신을 그대로 나타냈다고...ㅎㅎ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마룻장이 너무 정겹고 보기 좋다.

천장을 보니 그대로 보이는 들보와 서까래가 너무 아름답다.

교회지만 마룻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며 밤을 새워도 좋을듯...

함석 지붕 위에 비 듣는 소리가 들리면 더 좋고..ㅎㅎㅎ

행주성당 옛 건물 천장도 이런데...

방명록에 이름도 쓰고...

우연히 정말 우연히 구세군 사관인 페북 친구의 기록도 보니 너무 반갑고...

 

이스라엘 성지 순례도 좋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좋지만

한국 초대교회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옛 교회들을 둘러 보는 것도

작은 믿음을 다지고 믿음의 조상들 숨결도 느끼고

진정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가 볼 만한 곳: 가까이 있는 나바위성당. 좀 더 내려가서 김제 금산교회(ㄱ자형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