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선운사 -꼭 봐야할 두 가지 2015.01.28.

moonbeam 2015. 2. 4. 13:01

즐겁고 기쁨을 표현한 노래가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삶의 흥을 높여 준다면

약간은 우울하고 한이 서린 노래는 우리의 마음속을 휘젓는다.

제목만 전하는 백제의 노래 선운산가...

부역나간 남정네를 기다리는 내용의 이 노래는

한 많은 어느 여인네가 혼자 불렀다기보다는

당시를 살아 가던 대부분의 백제 여인네들이 함께 부둥켜 안고 부르지 않았을까...

선운사 동구   --미당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말당의 삶이야 비판받아야 할 소지가 충분히 있지만

그가 남긴 시는 가슴을 울리는 시가 많다.

그저 짧게 끄적인 듯한 이 시에서도

진하면서도 맑은 붉은색이 보이고, 서글프고 애잔한 육자배기 가락이 들린다.

작년에 핀 동백꽃이 아직도 쉰 노랫가락과 함께 막걸리잔 속에 녹아 있네...

이미 흘러 간 세월에서 느끼는 기쁨과 설움이 뿌연 막걸리 속에 가라 앉고...

동백꽃을 기다리며 밤새 뜬눈으로 지새고 나니 

꽃은 피지도 않고 눈만 발갛게 익어 버렸네....

때가 때인지라 사람들은 별로 없고...

선운사에서 꼭 보아야 하는 하나는 동백나무숲...

나는 여러 번 왔지만 동백꽃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ㅎㅎㅎ

시기 상으로 꼭 피기 전인 줄 알면서도 매번 기대를 하며 오는 까닭은 무엇일까...ㅎ

도솔천이라 부르는 개울 이편과 저편에는 차밭도 있다.

어디 엄동설한에도 푸르른 것이 송죽 뿐이랴...

파랗게 싱싱함을 뽐내는 맥문동이 이채롭다.

 

선운사에서 봐야 할 둘...

부도들이 늘어서 있는 가운데 추사 김정희의 글씨...

백파선사, 초의선사와 함께 논쟁을 벌였던 당사자 중 하나인 추사가

백파를 추모하여 쓴 비석문이다..

앞 면은 해서, 뒷 면은 행서로 썼고

이 비는 95%로 축소한 복제품이고 원본은 성보박물관에 있다.

단정하면서도 강한 결기를 느낄 수 있는 글씨....

'가난하기는 송곳 꽂을 자리도 없었으나

기상은 수미산을 덮을 만하도다.

어버이 섬기기를 부처님 모시듯 하였으니

그 가풍은 정말로 진실하도다.

속세의 이름은 긍선이나

그 나머지야 말해 무엇하리오.'

완당학사 김정희가 찬하고 쓰다.

 

선운사에 와서 이 두가지는 꼭 봐야...

물론 동백장에서 하룻밤 자야 하고, 꽃무릇 시절엔 그것도 봐야 하고...ㅎㅎㅎ

앗...또 있다...풍천장어와 함께 복분자술도 한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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