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도솔암 마애불 가는 길 2015.01.28.

moonbeam 2015. 2. 5. 09:16

아침 해장국을 한 그릇 뚝딱하고 도솔암을 찾아 간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도 없다.

길 가에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바위인지 나무인지 언뜻 분간이 안되는 멋진 놈도 누워 있구나.

차가 다니는 큰 길을 피해 개울가로 난 숲길로 간다.

익살스런 목장승도 만나고...

깍지를 끼고 껴안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좌우지간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놈도 만나고..

장사송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물론 수종이 죽죽 벋는 반송이라지만 어찌 이렇게 멋들어질 수 있을까..

장사송 옆에는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이 있다.

가는 길 곳곳에 있는 돌탑들...

여럿이 모여 있기도 하고 외따로 떨어져 있기도 하고...

어쨌든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애절한 모습들...

무슨 소망이 그리도 많아서 길목마다 저리도 쌓아 올렸을까..

하긴 사람들 살아가는 것이 소망과 한의 연속 아닐런가...

소망도 없고, 한도 없는 인생이야말로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매일매일 누군가에게 소망을 주고 이뤄내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삶 자체겠지...

 

마애불에서 도솔암 내려오는 길목 나무에 써 있는 글...

어차피 우리 인생이란 것이

있어도 없는듯, 왔어도 안온듯

마치 아무 일도 없엇던 것 처럼 그저 사라질 뿐이지...

흔적을 남기려 애쓰지 말자.

결국 아무 것도 아닌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본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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