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
전체 책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왜 그때 저한테 그년, 이년 그런거예요.
대한민국에 청년들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 보라.….
2015년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한 주요 논란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새해 벽두에 불거진 ‘비선 실세’ 의혹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국정교과서 강행, 삼권분립 위배·선거 개입 논란 등 정치·사회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이 불씨가 됐다.
“배신의 정치” “복면시위, IS도 얼굴 감춰” 등
정국 고비 때마다 독설…되레 갈등 부추겨 1월12일 신년기자회견.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가 현 정부의 비선실세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말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권의 기강은 물론, 대통령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었지만, 그는 건전하지 못한 사회를 탓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사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총리는 옷을 벗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4월21일, 대국민 사과 대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 고만 말했다. 5월20일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전국은 메르스 공포에 휩싸였다. 사망자가 38명에 이르렀고,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청와대는 컨트롤타워로서 무능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 손씻기 등 몇가지 건강습관만 잘 지킨다면 무서할 필요가 없다” (6월16일 서울 대모초등학교)는 말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질에 의문을 남겼다. 반면 자신을 거역하는 사람에겐 가혹할정도로 단호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조기 레임덕까지 거론되던 때에,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합의문에 ‘도장 찍은’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축출’했다.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유승민 심판’을 요구했다. 결국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그를 몰아냈다. 박 대통령의 ‘말씀’은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전체 책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10월22일, 청와대 여야지도부 회동에서 ‘어떤 부분이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느냐’는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질문에 )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11월10일 국무회의)….여론 수렴 없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시민사회와 야당이 반발했지만, 박 대통령은 2017년에 국정 교과서를 배포한다는 방침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이후엔 시위대를 이슬람국가에 빗대는 말폭탄을 쏟아냈다.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얼굴을 감추고서”(11월24일 국무회의)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안다. IS도 알아버렸다. (12월8일 국무회의, 테러방지법 국회처리를 촉구하며) 하지만 경찰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농민 백남기씨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연애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정치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7월8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청와대의 압박에 밀려 사퇴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사 교과서 집필 작업은 복면가왕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11월6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정부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복면 쓴 출연자들이 노래 실력을 겨루는 인기 가요경연 프로그램에 이를 빗댔다.
“연애도 열심히 해야 한다. 딸자식 가진 부모에겐 꼭 ‘연애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한다.”(10월7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0월 이화여대 특별강연에서 “우리 둘째처럼(둘째는) 연애를 안 하고 있다가 잘못 선택해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학생들에게 이런 충고를 날렸다.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구속 전력으로 곤욕을 치른 자신의 처지를 빗댄 ‘자학성 개그’였다.
“파도에 흔들릴지라도 가라앉지 않는다.”(12월13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 날이었다. 탈당을 말리려 새벽에 안 의원의 자택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당한 문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프랑스 파리의 문장(紋章)을 인용해 소회를 털어놨다.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 승리에 이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에서 별명 하나를 얻어간다. 강철수.”(12월1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기 직전 광주를 방문해서 한 말이다. 그는 “광주에서 ‘강철수’라는 별명 하나를 얻어간다. 앞으로도 계속 소신있게 관철해 나가란 말씀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정책의 차이를 범죄라고 하시다니….”(12월1일, 박원순 서울시장)
12월1일 국무회의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활동비 지원사업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의 과한 복지사업은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는데 그런 조항이 없다”고 발언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
사회 “(삼성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6월11일,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특별위원회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추궁이 이어지자 내놓은 답변.
“역사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11월3일, 방송인 김제동)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확정 발표된 11월3일, 페이스북에 퍼진 김제동씨의 1인시위 사진 속 손팻말에 쓰인 문구.
“못 간다고 전해라.”(가수 이애란)
무명 트로트 가수 이애란씨의 노래 ‘백세인생’은 60살부터 100살까지 나이대별로 거론하며 ‘아직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등 ‘~라고 전해라’라는 흥겨운 구절이 반복된다. ‘불가능’을 뜻하는 어휘를 에둘러 말할 때 ‘~라고 전해라’를 붙이는 방식으로 패러디가 널리 유행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
8월17일 교육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대해 부산대 장전동캠퍼스 본관 3층에서 투신한 이 대학의 고현철 교수가 남긴 유서 제목이다. 고 교수는 유서에서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글도 남겼다.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입니다”
경제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입니다.”(8월11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롯데는 국내에 상장된 8개 계열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돈과 지위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이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쯤으로만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다.”(2월12일, ‘땅콩 회항’ 사건 1심 재판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1심 재판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오성우 재판장이 사건의 근본 원인을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에서 찾으면서 이렇게 질타했다.
“아직 제대증은 못 받았지만,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 같은 심정이다.”(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년 총선 출마가 예정된 터라 일찌감치 사임이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이런 탓에 최 부총리는 자주 스스로를 말년 병장이라고 표현했다.
“그것이 축하받을 일이냐?”(7월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주총회에서 합병 의안이 통과된 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으로부터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를 받고서 한 말이다.
“돈의 탐욕엔 악마의 똥 악취 풍겨”
국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
지난 1월7일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실은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총격 테러를 벌여 12명이 숨진 뒤, 프랑스 잡지 <스타일리스트>의 아트디렉터인 조아킴 롱생이 만들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로고이자 슬로건이다. 인터넷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표현의 자유와 테러에 반대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나는 대통령 위의 존재가 될 것이다.”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다.”(11월5일, 아웅산 수치)
아웅산 수치 민족민주동맹(NLD) 대표가 미얀마 총선을 사흘 앞둔 11월5일 양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자신은 대통령이 될 수 없지만 민족민주동맹이 총선에서 이기면 실질적으로 정부를 이끄는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 모든 고통, 죽음, 파괴의 뒤에는 성 바실리우스가 ‘악마의 똥’이라고 했던 것의 악취가 난다. ‘돈에 대한 고삐 풀린 추구’가 그것이다.”(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7월 남미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볼리비아에서 원주민 풀뿌리운동 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4세기 카이사레아 주교의 말을 빌려 한 말로,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현대 물신주의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문화·스포츠 “어이가 없네.”(배우 유아인)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의 대사다. 유아인은 부산영화제 때 관객과의 대화에서 “돈이 갑질을 하는 못생긴 일들이 현실에서도 분명 일어난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핑 사실 발표 뒤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여태까지의 모든 노력들이 약쟁이로….”(3월27일, 수영 선수 박태환)
수영 스타 박태환이 도핑 파문에 휩싸인 뒤 3월27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잘못을 사죄했다.
“언니 저 맘에 안 들죠.”(걸그룹 쥬얼리의 예원)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던 걸그룹 ‘쥬얼리’의 예원(24)이 배우 이태임(29)에게 한 말.
정국 고비 때마다 독설…되레 갈등 부추겨 1월12일 신년기자회견.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가 현 정부의 비선실세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말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권의 기강은 물론, 대통령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었지만, 그는 건전하지 못한 사회를 탓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사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총리는 옷을 벗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4월21일, 대국민 사과 대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 고만 말했다. 5월20일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전국은 메르스 공포에 휩싸였다. 사망자가 38명에 이르렀고,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청와대는 컨트롤타워로서 무능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 손씻기 등 몇가지 건강습관만 잘 지킨다면 무서할 필요가 없다” (6월16일 서울 대모초등학교)는 말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질에 의문을 남겼다. 반면 자신을 거역하는 사람에겐 가혹할정도로 단호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조기 레임덕까지 거론되던 때에,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합의문에 ‘도장 찍은’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축출’했다.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유승민 심판’을 요구했다. 결국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그를 몰아냈다. 박 대통령의 ‘말씀’은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전체 책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10월22일, 청와대 여야지도부 회동에서 ‘어떤 부분이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느냐’는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질문에 )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11월10일 국무회의)….여론 수렴 없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시민사회와 야당이 반발했지만, 박 대통령은 2017년에 국정 교과서를 배포한다는 방침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이후엔 시위대를 이슬람국가에 빗대는 말폭탄을 쏟아냈다.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얼굴을 감추고서”(11월24일 국무회의)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안다. IS도 알아버렸다. (12월8일 국무회의, 테러방지법 국회처리를 촉구하며) 하지만 경찰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농민 백남기씨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연애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