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산 진관초등학교길 위 정자 옆엔 나무 의자가 하나 있다.
멋을 부리지도 않고 평범하게 만든 것인데...
보통 사람이 그냥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구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어쨌든 그냥 편히 쉬어도 좋다.
보이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쉼터를 만들어 준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만들기는커녕 살아오면서 남이 앉을 수 있는 빈 의자가 되어 본 적이 있었나...
오히려 빈 자리에 앉으려고만 하지 않았나...
혹시 나만의 의자를 만들기 위해
남을 괴롭히거나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하지 않았나...
뒤돌아본다.
어쨌든...
뜨거운 연탄재도 되지 못했고 푸근한 쉼터도 되지 못해서
자꾸만 부끄러워진다.
빈 의자
최원정
조금 힘들면
쉬었다 갈 수 있는
빈 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무 말 없이
당신의 휴식을 도와 줄
그런,
편안함이었으면 싶습니다
내 마음이
여유로운 공간으로 남아
그대
잠시라도 머물러
새로운 희망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이고 싶습니다
당신을 위한
빈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