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후배선생이 전화를 해왔다.
‘형님...댁에 계슈?’ ‘응...뭐 바쁘고 화려한 백수지만 지금은 집에 있네’ ‘알았슈. 곧 갈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한 십 분이 지난 후에 ‘형님 내려 오슈. 집 앞이여’
차 옆에서 차도 없이 오랜만에 만나 해묵은 이야기를 나누니 이 그림도 재밌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차문을 열더니 갑자기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내민다.
‘형...이거 내가 지난 8월에 정년퇴직하면서 직원들에게 준 선물이야. 형 꺼 남겨서 가지고 온거야’
‘하...이런...고맙네...뭘 이런 것까지...’
제수씨가 도예공방을 하니 거기서 만든 것이라 한다.
내가 정년한 지 5년차. 6년이 가까워 오는데...
이제는 벌써 잊을 만한 시간이 흘렀는데,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오히려 내가 퇴임 선물을 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 그런데 거꾸로 내가 받다니...
잠깐이지만 웃으며 얼굴을 맞대니 기분이 좋다. 게다가 좋은 선물까지 받으니ㅎㅎㅎ
이 친구는 정년을 했지만 그 과목에 기간제를 구하지 못해서 계속 학교에 나가야만 한다.
2학기에는 임용고시 준비하느라 과목에 따라 기간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현실...헤어지면서 내가 ‘야 이사람아. 계속 월급 받으니 저녁 한번 사’했더니 ‘알았어요’한다.
내가 부당하다거나 심한 말 한 건 아니겠지? 아니 내가 사야하나?
에이 뭐 아무렴 어때. 누가 사든 좋은 게 좋은 거지.ㅎㅎㅎ
좌우지간 주위에서 생각해주는 마음에 힘입어 나는 오늘도 즐겁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