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약속

moonbeam 2022. 5. 5. 21:02

https://youtu.be/fmxLPXPhTx4

안녕하세요? 저는 아무일 없이 잘 살고 있는 이원도입니다. 무위도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저 자신이 그리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새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되었군요.

요즘은 삼식이라고 하지요. 삼시세끼를 집에서 꼭 챙겨 먹는데 스스로 챙기는 게 아니라 꼭 차려 줘야 먹는다고 로 바꿔서 삼시새끼라고도 하죠. 구분이 되나요? 삼시세끼가 나이라 삼시새끼. 저는 게으른 삼시새끼입니다.ㅎㅎㅎ

어쨌든 사실 저 같은 백수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그저 게으름의 연속이지요. 백수의 의무이자 특권이 바로 게으름 아닐까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걷고 싶을 때 걷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고 내일로 미룰 땐 바로 미루고

매일 그러다 보니 점점 삶의 의미를 잃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무절제하고 나태한 생활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요꼴 요대로 그냥 죽는 게 아닐까 하는 공허함이 들더라구요.

갑자기 말이 하고 싶어졌어요. 원래 말을 별로 하지 않는 성격이라 저 자신도 조금 놀랐어요.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길 하고 싶어졌어요. 들어주지 않더라도, 메아리가 없더라도 무언가 말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생각 끝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요.

길지 않은 잠깐의 시간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시간이 길면 지루하게 되지요. 일단 저 자신이 길고 지루한 것을 싫어해요. 그래서 유튜브도 잘 보지 않는데

길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같이 시도 읽고 노래도 부르고 음악도 듣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서 같이 느끼면 좋겠네요. 물론 제가 경험하고 느끼고 살아 터득한 범위 내에서 함께 하고 싶습니다. 지치고 짜증날 때 오셔서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네요.

 

갑자기 시 한 편이 떠오르네요.

수십년 전 아주 옛날 철없이 꿈만 많았던 그 시절에 읽었던 시인데요. 오래 잊고 있었던 이 시가 갑자기 왜 떠올랐을까는 생각지 않기로 했어요. 골몰히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ㅎㅎㅎ

천천히 읽을 테니까 귀를 기울여 잘 들어보세요. 눈을 감으셔도 좋아요…

 

약속

/ 김남조

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 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불을 지피는
자리에 앉아
눈짓을 보내며 웃고 살자

다른 사람의 행복같은 것
자존심같은 것
조금도 멍들이지 말고
우리 둘이만 못난이처럼 살자

 

아마도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던 중고생 때 이 시를 처음 읽었을 거에요. 결혼을 앞둔 사람이 사랑을 고백하며 살을 다짐하는 듯한 내용이지요. 김남조 시인은 60년대에 활동하셨죠. 앞선 선배 시인인 노천명과 모윤숙에게서는 친일의 아쉬움이 남는데 김남조 시인에게는 그런 것이 없죠. 시인의 시는 늘 잔잔함을 주지요. 순전한 사랑과 내면의 고독, 끊임없이 찾고자 하는 진리 그리고 구도의 자세가 잘 나타나는 시들을 많이 썼죠.

이 약속이란 시도 쉽고 평범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요즘처럼 돈과 경제력이 모든 것보다 우선하게 되는 사회상황에서 한 번쯤 숨을 고르고 생각하며 읊어 보아도 좋은 시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뭐 이런 고리타분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시가 있어 하고 불평을 쏟아 놓을 수도 있겠죠. 이렇게 살자는 다짐도 집이나 차 뭐 이런 게 있어야 되잖아? 이런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꼰대 잡설일 뿐이야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요즘처럼 모든 게 급변하고 불확실 한 상황에서 오히려 잠깐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돈보다도 먼저 구해야 할 것이 순수함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하는 꼰대 같은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약속이란 말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주네요.

70년대에 유행했던 ‘약속’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네요. 너와 나 ‘뚜아 에 무아’라는 그룹 이름으로 이모와 조카가 듀엣을 했지요…잔잔하고 순수한 감성을 노래했고 약속이란 노래도 그중 하나지요. 그 언젠가 만나자던 너와 나의 약속~~~

동물 중에서 약속을 하고 사는 것은 사람이 유일하다지요. 당신은 어떤 약속을 하며 사시나요. 아름다운 약속을 많이 하고 또 지켜가는 매일매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멍청히 / 나태주  (0) 2022.05.20
사랑의 가교  (0) 2022.05.17
수선화에게 / 정호승  (0) 2022.05.13
산유화 / 김소월  (0) 2022.05.11
오월의 말씀 / 양광모  (0) 202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