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말씀
/ 양광모
부모에게 더 바라지 말 것
낳아 준 것만으로도
그 은혜 갚을 길 없으니
자식에게 더 바라지 말 것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그 기쁨 돌려 줄 길 없으니
남편과 아내에게 더 바라지 말 것
생의 동행이 되어준 것만으로도
그 사랑 보답할 길 없으니
해마다 5월이면
신록사이로 들려오는 말씀
새잎처럼 살아라
새잎처럼 푸르게 살아라
자신에게 더 바랄 것
지금까지 받은 것만으로도
삶에 감사하며 살겠노라고
5월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어린이 그리고 부모님 가족, 가정...그래서 따뜻함...
5월의 색깔은 또 어떻구요. 막 돋아나는 여린 새 순, 새 잎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눈이 즐거워지는 연한 초록색.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오월이지요. 정말 5월이란 말 그자체만으로도 느낌이 다르지요.
60대 초반의 양광모시인은 관념적이지도 않고 깊이 생각하게 하지도 않고 화려한 수사를 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많이 노래했죠. 시가 뭐 별 건가요. 그저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죠.
이 시에서도 시인은 부모님 자식 부부를 하나하나 부르면서 누구나 생각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을 편안하게 속삭이고 있네요. 다 읽고 보면 교훈적인 느낌이 살짝 들지만 억지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옆에 앉아 손을 잡고 나지막한 소리로 이야기 하네요.
1연에서 3연까지는 가족들, 4연에서는 삶에 대해 마지막 5연에서는 시선을 살짝 바꿔서 자신에게 하는 다짐으로 마무리했네요.
그의 다른 시 인생예찬이란 짧은 시에도 삶에 대한 태도가 잘 나타나 있지요.
인생예찬
살아있어 좋구나 오늘도 가슴이 뛴다
가난이야 오랜 벗이요 슬픔이야 한 때의 손님이라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삶 자체를 긍적적으로 보고 그저 살아나가는 것이지요. 현실에서 고통과 절망을 느끼지 못하니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낼 필요도 없고 그저 기쁨도 슬픔도 스쳐 지나가는 한 과정이니 두려울 것도 좌절할 것도 없다는 인식이죠.
우리 모두도 이런 삶의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처럼 너무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깐 멈춰 서서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하며 조금씩만 욕심을 버린다면 더 푸른 오월이, 더 행복한 인생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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