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비가 오네요....

moonbeam 2005. 6. 10. 14:37
      이 비가 오려고 그렇게도 무더웠나봐요. 일부러 창문을 활짝 열고 빗소리를 들어 보네요. 나뭇잎에, 창에 부딪는 소리는 내마음 속에 물결을 이루어 흘러갑니다. 마음의 골짜기에 깊은 못을 만들고 그 깊고 푸른 물 속으로 나를 가라앉게 하죠. 물 속에 조용히 밑으로 밑으로 내려앉는 느낌이에요. 비가 오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요. 철없을 땐 밤새도록 비를 맞고 쏘다닌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죠. 지금도 마음만은 빗속을 헤매고 있답니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강가를 서성이다가 우르릉 쾅쾅 너울져 내리는 계곡의 흙탕물에도 휩쓸리구요, 배를 타고 두둥실 넓은 바다로 떠 내려 갑니다. 빗소리는 다정한 친구의 음성이에요. 속삭이듯, 투정하듯 나를 감싸도는 맑은 소리에요. 오늘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당신을 생각해요.

      La Playa (밤안개속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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