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고대산

moonbeam 2006. 10. 31. 16:06
 
매주 놀토만 되면
집안을 팽개치고
밖으로 나도니
마누하님에게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마누라도 낌새를 챈 줄은
알고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까지도
김밥 싸달라는말도 못꺼냈다.
그냥...멀뚱히 있었는데
마누하님이 먼저
산에 가지? 응 
밥은?  그냥 사가지 뭐...
왜? 싸달라기가 미안해서...
으이그 철들었네...
안하던 버릇도 하구..
김밥 재료 준비를 보고,
또 금요일 밤 나가서
1시 넘어서 들어 왔지...ㅜㅜ
자꾸 이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놀토만 되면 스멀스멀 
뭔가가 솟아 오르니, 나원참...


일기 예보에는 경기 강원 북부에
약간의 비가 온다고 했고
철원 쪽에는 거의 확실히
내린다고 했기 때문에
은근히 비걱정을 하며 올랐다.
고대산 오르는 길은 
1,2,3 등산로 어느 것을 막론하고 
가파른 깔딱고개를 2시간 정도 올라야 한다.
계속 가물었으면 피어 오르는 먼지에
가슴 아파하며, 불쾌했을 터인데
다행하게도 며칠 전 내린 비가 
길도 편하게 만들고 
마음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름을 듣고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찾아 간 표범폭포는 말만 폭포였다. 
높이도 제법되니 수량만 많으면
그래도 뭔가를 느낄 수 있을텐데...안타깝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표범이 이 갈수기에 목이 말라 다 마셔버렸나....
아쉽지만 여름의 폭포를 상상하며
막걸리 한잔....
여유롭게 한잔 하려 하였으나
푸른 하늘색 조끼를 차려 입은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얼른 일어나 버렸다.
하긴 앉아있어 봤자 폭포를 느낄 수 없음에랴.

여름만, 이름만 
폭포를 지나서는
계속 7, 8 부 능선을
올라야만 한다.
폭포를 마음에 담지 못한
아쉬움이 발걸음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애초에 만산홍엽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무더기로 
혹은 홀로 서있는 
붉은 색은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햇살이 투과한 
투명한 단풍의 붉음은 
맛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가슴에 꽂은 
단풍잎 하나가 
나를 온통 물들게 했다.
줄곧 오르막 길이라 쉽게 지칠 수 있는 길이지만 
천천히 정상에 올랐다.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따라 안개가 끼어 앞을 가로 막는다.
고대봉 정상에서 1, 2 등산로로 내려가는 길도 안개에 싸여 있다. 
날만 좋으면 주위 금학산, 명성산, 철원평야랑 
멀리 북한까지도 볼 수 있는데....
 
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피해 정상 바로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또 막걸리 한잔....이제는 하산...

그래도 간혹 만나는 점점홍이 
탄성도 나오게 하고, 
팍팍한 다리에 힘을 되살려 준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비암 한마리가
심심한 산길을 활기차게 만든다. 
이넘이 머리를 치켜들고 뭐하려고... 
(오른쪽 사진을 잘 보라. 치켜든 머리
보호색이라 가운데 부분을 유심히 
보면 머리가 보이고 그 아래 몸통)
오랜만에 탄 기차 밖으로 보이는 가을걷이가 끝난 황량한 들판은 괜히 우울하게 만든다.
석양에 지는 해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이제 또 한해가 저무는구나.
아...정말, 정말.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
        
고대산은 토산이고, 여러 모로 장점이 많은 산이지만 산행 시간에 비해 오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특히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들이는 공에 비해 얻는 즐거움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평일 한가한 때 여유있게 다녀가거나 해야지....
물론 금학산 쪽으로 종주를 한다면 산행의 질이나 양으로 만족할 만하다. 
그리고 반드시 날씨가 도와주어야 한다. 전망이 한몫을 하니까...

'우왕좌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봉산 2  (0) 2006.11.02
예봉산 1  (0) 2006.11.02
고대산  (0) 2006.10.30
도적 폭포  (0) 2006.10.27
미시령 옛길  (0) 200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