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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시 낭송 감상

https://youtu.be/NGbt7y4twxE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시는 그 내용상으로 보면 서정성이 빛나는 시가 있고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시가 있는 반면에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강하게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시 감상 2022.06.21

피아노 / 전봉건

https://youtu.be/qz1xRY4chJ8 피아노 /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전봉건 시인은 한국문학사에서 전후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이지요. 가족들이 월남해서 6.25를 직접 체험했고 그 와중에 형 전봉래는 부산 피난지 다방에서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그의 시 출발점은 전쟁에 대한 고통과 아픔이라고 말합니다. 또 예총회장을 지낸 첼리스트 전봉초는 그의 사촌 형이지요. 집안에 흐르는 예술적 감각, 예술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60년대 중반엔 김수영과 순수와 참여에 관해 ..

시 감상 2022.06.15

산골 사람 / 황금찬

https://youtu.be/pFaGboYvEbU 산골 사람 / 황금찬 ​ 그는 물소리만 듣고 자랐다 그래 귀가 맑다 그는 구름만 보고 자랐다 그래 눈이 선하다 그는 잎새와 꽃을 이웃으로 하고 자랐다 그래 손이 곱다 ​ 어머니와 아버지의 평범한 가르침 선하고 착하게 살아라 네가 그렇게 살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나는 충성과 효도를 모른다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씀을 잊지 못하고 살아 갈 뿐이다 ​ 오늘 내가 남길 교훈은 무엇일까 나도 평범한 애비여서 선하고 착하게 살아라 사랑하는 아들아, 딸들아 이 말 밖에 할 말이 따로 없다. ​ 황금찬 시인이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분이시죠. 우리 시단의 거목으로 수많은 문단인들과 원만하게 교류하시면서 100세를 사시다 돌아가셨죠. 40권에 가까운 시집을 내시..

시 감상 2022.06.08

간 격 / 안도현

https://youtu.be/vb2zjZgQ3xo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 시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짧은 구절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었지요. 이 시에서 숲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깨달음을 얻는 공간입니다. 시의 앞 부분에서는 멀리서 숲을 바라보았을 때의 느낌, 뒷부분에서는 불탄 숲..

시 감상 2022.06.08

그냥 멍청히 / 나태주

https://youtu.be/Znf-ptZ--f0 그냥 멍청히 / 나태주 그냥 멍청히 앉아 있어도 좋은 산 하나 모두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아서 좋은 돌멩이 하나 모두 흐르는 세상에 흐르지 않아서 맑은 샘물 하나 더러는 시골 담장 밑에 피어 웃음짓는 일년초처럼 잊혀진 개울의 낡은 다리처럼 그냥 바라보아도 가슴 그득 좋아만지는 나의 사람 오늘은 풀꽃 시인으로 많이 알려진 나태주 선생님의 시입니다. 평생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시가 참 간결하고도 쉽네요. 시를 쓰게 된 동기 중 하나도 어린아이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니 어려우면 안되겠지요... 요즘 우리 모두가 너무 바쁘게 살아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잠깐 비켜나서 멍청히 앉아 게으름을 피워보는 것이 어떨..

시 감상 2022.05.20

사랑의 가교

https://youtu.be/9Yr-1YbOW4Q 사랑의 가교 /곽성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빚어낸 조약돌을 골라 일상의 목록에 배열하는 것 아프게 조각난 세월일지라도 가슴에 깊이 담구어서 강의 유속에 몸을 기대면 둥글게 마모된 상처를 건져내 서로의 손안에 하나 둘 쥐어줄 저마다의 헤아림. 사랑한다는 것은 무심코 다듬어진 조약돌이 되어 함께 물속으로 투신하는 것 하나의 노래가 퍼지기까지 함께 가야할 곳을 응시하며 서로가 가슴 복판을 향해 던지는 묵직한 아픔들을 받아내는 둥그런 과녁이 되는 것 그렇게 노을빛 드리운 물살 일으켜 아름답게 여울지며 천천히 미소 짓는 것 시인은 시련과 고난을 함께 이겨낸 잔잔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네요. 태양처럼 찬란하지 않고 꽃처럼 화려하지도 않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

시 감상 2022.05.17

수선화에게 / 정호승

https://youtu.be/hwIVVWt0XsE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물가에 혼자 피어있는 한떨기 외로운 수선화...그 수선화는 사람이구요, 바로 이 시를 읽는 우리들이지요. 시인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근원적 외로움을 인간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첫 구절에 ‘외로우니까..

시 감상 2022.05.13

산유화 / 김소월

https://youtu.be/Yvn1Cdxngv4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 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소월 하면 우리나라 사람치고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느끼는 가장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정서를 리듬있는 운율에 실어 낭송도 많이 하고 노래로도 많이 불려지지요. 못잊어, 진달래꽃, 산유화 등 수많은 가곡...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같은 동요, 옛날 정미조란 가수가 부른 개여울 등 정말 우리 정서, 감정에 가장 알맞은 그런 노래들이지요. ​ 산에서 꽃이 피고 지는 어쩌면 가..

시 감상 2022.05.11

오월의 말씀 / 양광모

https://youtu.be/sV9WOnuBZkc 5월의 말씀 ​ / 양광모 ​ ​부모에게 더 바라지 말 것 낳아 준 것만으로도 그 은혜 갚을 길 없으니 ​ 자식에게 더 바라지 말 것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그 기쁨 돌려 줄 길 없으니 ​ 남편과 아내에게 더 바라지 말 것 생의 동행이 되어준 것만으로도 그 사랑 보답할 길 없으니 ​ 해마다 5월이면 신록사이로 들려오는 말씀 새잎처럼 살아라 새잎처럼 푸르게 살아라 ​ 자신에게 더 바랄 것 지금까지 받은 것만으로도 삶에 감사하며 살겠노라고 5월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어린이 그리고 부모님 가족, 가정...그래서 따뜻함... 5월의 색깔은 또 어떻구요. 막 돋아나는 여린 새 순, 새 잎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눈이 즐거워지는 연한 초록색. 정말 사랑하지..

시 감상 2022.05.06

약속

https://youtu.be/fmxLPXPhTx4 안녕하세요? 저는 아무일 없이 잘 살고 있는 이원도입니다. 무위도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저 자신이 그리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새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되었군요. 요즘은 삼식이라고 하지요. 삼시세끼를 집에서 꼭 챙겨 먹는데 스스로 챙기는 게 아니라 꼭 차려 줘야 먹는다고 ‘세’를 ‘새’로 바꿔서 삼시새끼라고도 하죠. 구분이 되나요? 삼시세끼가 나이라 삼시새끼. 저는 게으른 삼시새끼입니다.ㅎㅎㅎ 어쨌든 사실 저 같은 백수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그저 게으름의 연속이지요. 백수의 의무이자 특권이 바로 게으름 아닐까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걷고 싶을 때 걷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고 내일로 미룰 땐 바로 미루고… 매일 그러..

시 감상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