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연한 잎이 나오면 꽃은 때를 알고 사라진다. 잎은 꽃의 화려함을 부러워하지 않고 꽃도 잎의 찬란한 생명력을 탐내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때를 알고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다. 뿌리는 뿌리대로 드러나지 않음을 불평하지 않고 울퉁불퉁 단단한 껍질도 못생김을 탓하지 않는다. 뿌리는 꽃이 되려 하지 않고 꽃은 뿌리를 업신여기지 않는다. 껍질도 잎을 시기하지 않고 잎도 껍질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한 그루 나무로만 살아간다. 미메시스 2022.04.28
나무 나무는 마른 가지로도 불을 뿜는다. 단단한 껍질로 모든 것을 꼭 닫아 죽은 듯 보이지만 저 깊은 땅속 마그마의 힘을 안고 엄청난 꿈을 키우고 있다. 온세상을 덮어버릴 무지개빛 찬란한 불꽃을 품고 있다. 미메시스 2017.01.13
나무의 역사 흔적이 역사이고, 역사가 흔적이다. 남아 있는 발자국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나무의 뚫린 구멍을 톱밥으로 메우고 이끼와 버섯을 없애고 깨끗하게 분칠을 한다 해도 결국 더 흉한 모습으로 죽고 말 것이다. 좀 더 솔직하자. 좀 더 당당하자. 겉에 보이는 상처를 자랑스럽.. 중얼중얼 2015.11.04
나무 얼굴 산길을 걸으며 저마다 다른 나무들을 만난다. 나무들도 얼굴이 제각각이다. 허물 벗듯이 껍질을 뜯어내는 놈이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가시를 품은 놈도 있고 삶의 연륜이 깊게 패여 골을 이루는가 하면 자의든 타의든 생채기가 새겨진 놈도 있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우리들 얼굴은 어떤 .. 중얼중얼 2015.05.08
雪山 오래 전에 산행 약속을 했는데 마침 눈이 내려 눈덕에 눈복이 넘치고... 사방을 휘둘러 보아도 오직 하얀 눈.... 큰 바위 위에 얹혀진 성벽 위로 또 눈이 덮어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자욱함 속에서 안개눈도 맞아 보고.... 저 산아래에선 부옇게 검은 구름만 보이겠지. 미끄럽고 조심스러운 길이지만 가.. 우왕좌왕 2010.12.31
비 비 (김명희 작시, 이안삼 작곡, 소프라노 차수정, 피아노 정혜경) 이제 더는 자랄 수 없는 나무라 하여도 이제 더는 아름다울 수 없는 나무라 하여도 나 이대로 꿋꿋하게 자라나고 있었네 천년에 꿈 키우며 사는 나의 나의 작은 가슴에 꽃불을 피우며 다가오는 그대여 그대는 단비가 되어 내가슴 내가슴.. 미메시스 2009.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