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주변 탐색 6

moonbeam 2014. 3. 15. 11:52

 

 

갑자기 수업 시간이 바뀌어서 오후가 완전히 빈다.

물론 오전은 내리 연속 수업을 해서 힘들었지만...

점심을 먹고 창릉천변으로 나가 버스에 오른다.

산성 입구에 내려 북한산 초등학교 옆길로 빠진다.

바로 '내시묘역길'.

호젓한 길을 걷는다.

길은 의상봉 바로 밑으로 이어진다.

광해군이 하사했다는 경천군 사패지 비도 보인다.

이 비 뒷쪽에 굉장히 너른 사유지가 있는데 바로 그것인가...

아주 옛날 철조망 구멍으로 들어갔을 때 그 터의 장대함과

구릉 위에서 줄줄이 내려 오는 묘소의 규모와 기수에 놀랐었는데..

정문에는 OO농원이란 팻말로 굳게 잠겨 있고...

 

백화사에 이르자 실망..

의상봉능선을 탈 때 백화사 앞으로 많이 올랐는데

옛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도로는 완전히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고...

옛날 작은 집들이 몇 채 있지만 새로 지은 큰 집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 동네엔 牟씨들이 많이 살았는데

 나즈막한 집에 달렸던 정겨운 문패도 볼 수 없어

집주인이 누군지도 모르겠네...

백화사 앞에서는 다시 큰 찻길로 나가야 한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물론 사유지겠지만 백화사에서 조금 내려 와

옆 쪽으로 산을 넘어가는 길도 만들 수 있을텐데...아쉽다..  

 

다시 둘레길로 들어가니 '마실길'

이 구간은 며칠 전 답사를 했는데 부대앞을 지나 계속 나아간다.

개울 옆으로 데크를 만들어 걷기가 편하다...

길은 삼천사 입구를 지나 진관사 입구로 간다.

자주 왔던 곳이지만 옛날의 모습은 찾을 수 없구나....

 

진관사...

비봉 쪽에서 내려 오면 계곡물이 너무 맑고 좋아서 자주 오던 곳인데...

옛날에 구불구불 길을 돌아 한참 들어가던 곳인데

아스팔트 바로 앞으로 새로 선 일주문이 성큼 다가선다..

접근성이 쉬워지고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닐텐데...

진관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기도도량 '봉은사'라고..

진관사는 수도 없이 들어 갔고 지나쳤지만 '봉은사'는 처음이다.

잠깐 오르락내리락 하니 금새 언덕배기에 작은 사찰에 이른다.

일붕계열의 사찰이다..

끝까지 올라 갔으나 더 이상 갈 길이 없다...

마침 나이 드신 비구니(?할머니?보살)가 밭을 갈고 계셔서 슬쩍 말을 걸었다.

바로 윗쪽으로 올라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 위로는 올라기지 못하나요?'.....

대뜸 신경질 섞인 소리로 

'사람들이 하도 많이 다녀서 길을 막아 놓았다'고

'내가 이 위에 소나무를 다 심어 그것이 애국하는 길인데 다니면서 담배꽁초 버리고...

나라를 팔아먹는 나쁜 놈들....'

아...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담배꽁초를 버린 것도 아닌데....

다정과 평화를 주는 불심이 아쉽다....ㅜㅜ

쫓기듯 내려오는 길에 장끼 한 마리가 총총 길을 가로 질러 산으로 올라 간다...

저놈이나 따라 가볼까....

 

다시 내려 와 진관사로 들어 간다...

오오...작년? 재작년? 

온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너무 다르다...

입구에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해탈문을 들어서자...

아...놀라움...

비구니 사찰도량으로 조용하고 아늑함을 느끼게 하던 그곳이 아니다.

절 바로 밑에는 작은 찻집...

그 근처도 엄청난 공사중이고...

개울 건너에는 그냥 작은 밭들과 숲만 우거졌었는데..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이 한 두 채가 아니다...

그 아늑한 숲 속에다 고대광실을 지어 놓았네...

아 아...이건 아닌데..

템플스테이가 들불처럼 번져 나가니

이곳도 거기에 부응해서 저렇게 크게 지어 놓은 것일텐데...

그저 원래 있던 작은 곳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조용히 수행하고 가면 안되는 것일까...

가까워져서 사람은 많이 오가겠지만 불심은 자꾸 희미해지는 것이 아닐까..

내려 오면서 오른쪽으로는 삼천리골, 야영장으로 가는 길도 있었는데

그것도 자취를 감추고 엄청난 흙과 돌만 쌓여 있다.

불사는 산길도 바꿔버리는구나...ㅜㅜ

다리를 건너 내려 오면 항상 반겨주던 '짱구네'가

근처로 옮긴 것은 잘한 일이지만...

 

큰 길로 가는 길목엔 '한옥마을 체험관'이 있다.

그 일대에 한옥마을을 분양하는 모양인데 실적이 영 시원치 않은 모양이다..

 

먼지에 휩싸여 큰 길로 나온다..

길을 건너 하나고등학교 옆 산길로 오른다...

착잡하다...죽 따라만 가면 다시 학교로 들어 간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돌아가자...

삶 자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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