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가을에는

moonbeam 2005. 11. 2. 14:39

가을에는 훌훌 떠나 버리자.
무언가 기대하는 마음은 갖지도 말고...





이미 벗어버린 나무의 신록을
생각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말자.




한 손엔 풍요를 들고
다른 손엔 황량과 쓸쓸함을 들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어 가보자.





내 손과 발이 어디를 향하든
미워할 것보다 사랑할 것이 더 많음을 믿어 보자.





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
냉정한 사람보다 따스한 사람이 더 많음을 기억하자.





살아오며 가졌던 많은 욕심들...





기대감에 벅찼던 그리움조차도...





견디기 힘든 모멸과 절망도





왜곡된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비겁함도





차곡차곡 배낭에 쌓아 넣고





혼자라도 여럿이듯..
넓은 마음으로 훌훌 떠나자.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나 혼자 만의 觀照와 沈潛을 위해서
그저 떠나자....





땅과 물과 하늘이 맞닿은 곳으로....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말고 훌훌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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